소똥령 옛길, 건봉사[강원도 고성]
2021. 8. 19. 22:08ㆍ강원
옛날에, 마을 사람들이 원통 장날 소를 내다 팔기 위해 능선을 넘어 다녔는데, 소가 똥을 하도 많이 누어 소똥령이라 하였다. 또는, 오랜 세월 사람들이 넘어 다니다 보니 봉우리가 패였고, 그 모양이 소똥처럼 보였기에 소똥령이라 하였다.
소똥령 옛길은 간성읍 소똥령 마을과 진부령 사이에 있으며, 옛날에 한양 가는 길이었고, 산세가 험해서 산적들이 자주 나타났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었기에 숲이 자연 상태로 잘 보전되어 있다고 한다.
2021년 8월 19일 목요일. 46번 국도를 따라 진부령을 넘어 구불구불 내려가다가 소똥령 숲길 입구 안내판 옆에 자동차를 세웠다. 숲길로 들어서자마자 출렁다리가 나타난다. 깊은 산골짜기에 제법 많은 물이 기세 좋게 흐르고 있다. 간밤에 많이 내렸다는 비가 지금도 오락가락한다. 젖은 산길을 조심조심. 물소리와 자동차 소리가 비슷한 소릿결로 올라온다. 빗물로 불어난 북천과 46번 국도가 저 아래서 나란히 구불거리는 것이다.
소똥령1봉, 2봉, 3봉을 넘어 칡소 폭포. 시내가 넘치도록 불어난 물이 폭포에서도 넘쳐난다. 사납게 울어대는 칡소폭포. 옛날에, 칡넝쿨로 그물을 엮어 바위 위에 얹어 놓으면 송어, 연어 등이 폭포를 뛰어오르다가 칡넝쿨 그물에 걸렸기에 많은 물고기를 손쉽게 잡을 수 있었단다. 홍천 칡소폭포가 아니고, 소똥령 칡소폭포.
소똥령마을. 집 앞에 논밭이고, 논밭 가에 집이 있다. 산골짝 논에선 벌써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마을은 한눈에 휴양지 분위기다. 한 바퀴 돌아본다. 텃밭에서 붉은 고추를 따는 손길이 있고, 논둑 풀을 깎는 낫질이 있는가 하면, 민박집이 보이고, 무슨무슨 체험 시설이 보인다. 마을 앞 물가에는 캠핑장이 있고, 음식점이 몇 있고, 유원지 분위기가 있다.
소똥령마을에서 처음 그 자리까지는 물길과 이웃하여 구불거리는 46번 국도를 걷는다. 자동차가 제법 다니는 포장도로이지만, 깊은 산속 한 줄기 산길이다. 10.32Km. 두어 시간 걸었나.
건봉사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금강산 건봉사. 절집 뒷산이 금강산 일만이천 봉 중 하나라는 것이다. 불이문과 팽나무, 능파교, 등공대, 적멸보궁, 왕소나무, 사명대사의승병기념관과 한용운기념관 등. 수박 겉핥기 식으로 한 바퀴 돌다.
건봉사: 신라 법흥왕 때(520년), 아도화상이 원각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하였고, 후에 도선국사가 서봉사라 하였으며, 고려 때, 나옹화상이 중수하고 건봉사라 하였다.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가 의승병을 일으킨 곳이고, 당시 왜군이 통도사에서 일본으로 가져간 부처님 치아진신사리를 사명대사가 찾아다가 이곳에 봉안하였다. 6.25 때, 국군과 미군이 공산군과 16차례 치열한 전투를 벌인 격전지였고, 그 바람에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그때 불타지 않고 유일하게 남은 것이 불이문이다. 1994년부터 대웅전, 팔상전, 종각 등을 복원하였고, 지금도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건봉사 불이문: 1920년에 건립. 4개의 돌기둥 위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팔작 지붕을 얹어 지은 건봉사 출입문. 돌기둥에 금강저를 음각하여 사찰을 수호하는 천왕문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건봉사에는 천왕문이 없다.
건봉사 등공대: 신라 경덕왕 때(758년), 발징화상이 개설한 염불만일회에 참여한 승려 31명과 신도 1,820명이 만일(27년 8개월) 동안, 돌아가면서, 하루 24시간 끊이지 않고 염불을 외었고, 만 일이 되던 날에 그들 모두가 살아 있는 그대로 날아오르면서 몸을 벗어버리고, 마음만이 부처님의 세계인 연화세계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를 등공이라 하며, 건봉사에 있는 등공대가 바로 그 자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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