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길[평창군 봉평]
2021. 9. 2. 21:58ㆍ강원
'낮은 위도 위도에 위치하며 표고가 600~700m 이상으로, 높고 한랭한 고원이나 산지'를 '고랭지'라고 하며, 사람이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자연 환경이라고 한다. 강원도 평창군 지역 평균 표고가 이에 가깝다고 하며, '해피700평창'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 면온 사람들이 봉평장을 보러 다니던 길이 복원되었고, '고랭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2021년 9월 2일 목요일.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면온리. 휘닉스 평창 휘닉스CC 입구에서 408번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잠깐만에 고랭길 입구를 만나다. 장길을 나서는 옛사람들의 몸짓을 상상하며 걸음을 뗀다.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른다.
금세 나타나는 봉우리에 달린 이름표는 '초봉'. 산등성이 옆구리를 구불거리다가 올라선 봉우리엔 '중봉'. 다음엔 '고봉'인가, 했는데, 이름표 없는 봉우리 몇 개를 넘은 다음에 '최고봉'이 나타난다. 이름표에는 '해발 910m'가 함께 적혀 있다. 최고봉에서 '이효석문학숲'까지는 구불구불 내려가는 숲길.
땀을 흘리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신비스러운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고, 숲 사이로 흐르면서 나그네의 몸을 간질이는 바람결 느끼고, 어쩌다 자연의 숨결을 엿듣기도 한다. 인간의 말과 글로는 도저히 흉내내지 못할 소릿결에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풀벌레 소리, 늦매미 소리, 새소리, 나뭇잎 풀잎 움직이는 소리, 무슨 소리가 어우러지는 조용하고 생기 넘치는 소리.
옛날 장꾼들의 나들이 모습들을 불러낼 수 있을까. 샘터를 손질하고, 곳곳에 쉼터를 닦아 놓았다. 땀을 닦으면서 숨을 고르고, 다리쉼을 하면서 두런거리던 사람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불과 오십 년 전만 해도 이삼십 리 장길이야 보통이었을 것이다. 무상한 세월 속에 놀랄 만큼 빠르게 발달하는 것이 문명이다.
이효석문학숲에서 산길은 끝이 나고,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그 옛날엔 계속 산길이었을 길. 숲을 벗어나자 '소금을 뿌린 듯' 하얀 메밀꽃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아직 어린 푸른 잎을 잘 가꾼 무밭이 예쁘고, 저쪽 밭가에서 노랗게 빛나는 꽃을 달고 있는 것은 돼지감자, 뚱딴지다.
곧 이어 이효석문학관이고, 내를 건너 가산공원이고, 봉평 장터다. 오늘도, 가는 날이 장날. 제법 북적이는 봉평 장바닥 탁자 앞에 앉아 메밀전,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이 지방 토속 음식을 찾는다. 시골 장날 분위기에 빠져 어슬렁거린다. 온갖 잡화에 때 이른 산 열매와 산 버섯, 옥수수, 메밀가루, 손두부, 도토리묵, 메밀묵, 순대, 떡볶이, 튀김, 군침 돋구는 냄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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