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영월 요선정]
2021. 8. 26. 22:02ㆍ강원
2021년 8월 26일 목요일. 요선정과 돌개구멍을 보고, 주천강을 걷다.
요선정은 강원도 영월군 무릉도원면 무릉리, 주천강과 법흥천이 만나는 물가 바위 절벽 위에 있는 정자이다. 1915년에 수주면(무릉도원면의 옛 이름)에 사는 요선계 계원들이 건립하였고, 조선 숙종의 어제시를 봉안하고 있다. 숙종의 어제시는 본래 주천면 소재지 서쪽을 흐르는 주천강 북쪽 언덕에 있었던 청허루에 봉안돼 있던 것이다. 청허루가 허물어지고 나서 일본인 경찰이 소유하였던 것을 요선계 계원들이 거금을 들여 매입하였고, 이를 봉안하기 위해 요선정을 지었다. 강원도 문화재 자료 제41호.(안내판 설명 요약)
요선정 옆에 무릉리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고려시대 불상으로 높이 3.5m. 무릎이 지나치게 크고, 상체 길이가 너무 길어 전체적으로 신체 균형이 맞지 않아 어색한 모습이지만, 물가 바위 절벽 위에 얹힌 멋들어진 바윗덩이에 새겨져 있으며, 소나무와 정자와 함께 주변 산천경개와 어우러져 한 멋을 이루고 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74호.
요선정에서 물가로 내려서서 돌개구멍을 둘러본다. 돌개구멍이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니, '암반으로 이루어진 하천 바닥에 생긴 원통형의 깊은 구멍'을 이르는 말. 안내판엔, '강물에 있는 암석의 갈라진 틈이나 오목한 곳으로 모래와 자갈이 들어가 소용돌이치는 물살로 인하여 회전 운동을 하면서 주변의 암반을 깎아내린 것'이라는 설명이 있다. 어쨌든 처음 알게 된 낱말이다. 규모는 좀 작지만, 섬진강 장구목이 요강바위와 그 주변 바위들과 닮은꼴이다. 바위 높이에 따라 물에 잠긴 곳도 있고, 구멍에 물이 고인 곳들이 많다. 천연기념물 제543호란다.
이제 물가를 어슬렁거린다. 무릉2교까지, 흐르는 강물을 따라 내려갔다가 되돌아와서 법흥천 둑방을 걷고, 주천강 물을 거슬러 도원리까지 갔다가 온다. 물빛, 물소리, 물가 숲, 주변 산빛, 논밭 작물. 싱싱한 몸짓들이 풍기는 기운에 흠뻑 젖는다. 마가목 가로수는 다른 곳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개복숭아 가로수는 처음이다. 도원리 쪽으로 가는 길가에 잘 익은 작은 열매들은 달고 있는 개복숭아나무들. 아하, 무릉도원이구나. 무릉리에서 도원리로 가는 길, 무릉도원 무릉 언덕.
무릉농악, 무릉들농사놀이, 대동제용신굿, 농요놀이, 안도내들방아타령, 무릉들보막기놀이, 숯가마실숫굽기놀이 등, 강원도 민속놀이 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것을 자랑하는 무릉리마을자랑비가 보이고, 어느 정치가의 공덕비가 보이고, 단종에 대한 충절과 인륜의 도리를 지키려고 애쓴 세 사람(원호, 조려, 이수형)의 이름이 새겨진 높은 바위벼랑과 기적비가 보인다. 마을자랑비를 2004년 11월에 세웠다고 적혀 있는데, 지금도 그 민속놀이들이 전승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도원리. 무릉리와 함께, 무릉도원면, 면 이름에 마을 이름이 들어 있는 만큼 그에 어울리는 규모겠지. 야트막한 고개를 넘자마자 넓은 들이 나타나고, 마을이 나타고, 치안센터가 보이고, 물도 더 넓은 폭으로 흐른다. 길은 물길과 함께 서만이로, 강림으로, 안흥으로 이어지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그만 돌아선다.
3일 전부터 시작된 가을장마가 잠깐 쉬는 틈에 무릉도원에서 한나절을 유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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