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김[삼척 소한계곡]

2021. 5. 20. 22:49강원



2021년 5월 20일 목요일. 소한계곡을 걷다. 삼척시 근덕면 하맹방리.

계곡 어귀 저수지 풍경이 먼저 가슴에 와 안긴다. 산을 담고 있는 저수지. 물도, 산도, 숲도 맑다. 내 안도 맑아지는가.

저수지를 지나면서 민물고기전시관, 마을회관, 작은 주차장이 차례로 나타나고, 민물김연구센터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서신다. 줄에 달아 목에 건 것은 신분증인 듯. 인사를 나누고, 체온을 재고, 연락처를 적는다. 코로나19 시대의 풍경이다. 멀리서 오셨네요. 옛날에는 국(민물김국)을 끓여서 먹기도 했지요. 지금은 구경도 어려워요. 요 위로.. 길을 잘 만들어 놨어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탐방로를 따라 걷는다. 야자수 멍석도 깔렸고, 나무 계단도 놓였고, 전망대도 있고, 쉼터도 있고, 설명문도 있다. 그보다 먼저 신비로운 기운이 있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빗방울 몇 낱에 숲이 젖은 건가. 아니, 물소리에 젖은 게 맞다. 물소리에 잔뜩 젖은 나뭇잎, 풀잎, 산, 하늘. 그리고 나그네. 푸른 물소리에 젖고, 신비로운 기운에 젖는다. 옥처럼 맑은 물빛에 젖고, 하얀 물소리에 젖고, 티 하나 없이 깨끗한 산빛에 젖는다.

1Km도 채 안 될 탐방로 끝에 천왕사 이정표가 있다. 외면할 수 없는 길. 산길을 오른다. 험하지만 분명한 길. 좋다. 어느새 나타나는 절집은 물가에 바싹 붙어 있다. 아니, 돌담 밑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 절집 마당 밑으로 물이 흐른단 말인가. 담장 옆으로 흐르는 물길은 말라 있다. 어떻게 이렇게 자리를 잡았지. 현판을 단 본체 하나에 허름한 요사채 하나. 마른 물길 건너 저건 해우소일 테고. 오두막 절집이다. 검은색 자연석으로 쌓은 돌탑이 인상적이다. 5층석탑인가. 스님께선 출타 중이라고, 전화번호와 함께 적은 쪽지가 걸려 있다.

이제 오시네요. 아까 그 할머니. 천왕사에서 내려오다 보니까 굴이 하나 있던데, 그게 초당굴인가요? 굴속에서 물이 흘러나오더군요. 예, 그래요. 소한굴이 있고, 초당굴이 있는데, 그냥 초당굴이라 그래요. 고맙습니다.

민물김: 세계적으로 희귀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삼척 소한계곡, 소한천 상류 1Km 이내에서 자생한다. 주민들이 매년 11월 말부터 채취, 건조하여 식용하였었다. 1980년대에 15만 장, 2000년대에 3만 장을 채취하였으나,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2012년 10월부터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인체에 유익한 성분을 다양하게 지니고 있으며, 불포화지방산 함량은 바다김보다 3~4배 높다고 한다.

소한계곡: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하맹방리. 삼태산에서 발원한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석회동굴인 초당굴과 소한굴을 뚫고 용출하여 흐르는 신비한 계곡. 연중 섭씨 13도 이내의 수온을 유지한다고 한다.

이제, 초곡항으로 가자. 16Km쯤 거리에 있는 초곡항 촛대바위길. 정확하게는 초곡 용굴촛대바위길. 군사 지역인 까닭으로, 최근에야 개방되었고, 출렁다리를 갖춘 신책길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배를 타지 않고서도 촛대바위를 볼 수 있게 되었고, 둘레길로 이름이 나게 되었다. 왕복 2Km쯤 될까, 하는 짧은 거리이기는 하지만.

촛대바위를 보고 용굴로 향하다가 되돌아선다. 보수 공사 중. 초곡항 주차장도 공사 중이다. 관광지 개발 사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초곡항 뒤편 언덕에 황영조기념공원이 보인다. 여기가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한 황영조 선수의 고향이란다. 어느 해 8월, 이곳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땀을 흘린 적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