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산과 주상절리[철원]

2024. 10. 15. 10:48강원

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철원군 소이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본다. 산속에 들어앉은 철원평야와 피의 능선, 저격 능선, 백마고지, 아이스크림 고지, 김일성 고지, ... 들판 저 너머에서 북녘 산 너울이 멀어져간다.

소이산에서 보는 철원평야

빼앗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 속 포격으로 산봉우리가 아이스크림 녹듯이 흘려내렸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군인들이 아이스크림 녹듯이 없어졌다고 한다.

철원, 김화, 평강, 하여 '철의 삼각지'라는 말도 그런 의미로 생긴 말이라고 하거니와 6.25 한국전쟁 때, 그렇게 처절한 전투가 끊임없이 되풀이되었었다는 그 현장에 이렇게 서 있는 것이다. 아, 인간 세계란? 말을 찾지 못하고 서성인다.

실바람이 불어와 나그네 몸을 간질인다. 가을을 속삭인다. 산에도 들판에도 허공에도 온통 가을이 스미는 것을 본다. 세월 한 자락이 또 여무는구나. 이제 내려가자.

철원역사문화공원에 있는 철원역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10여 분 후에 내려 500m쯤 걸었다. 그렇게 소이산 마루에 올랐다가 왔던 길로 내려간다.

철원 노동당사

철원역사문화공원은, 6.25 이전 번성했던 철원읍 시가지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철원역, 우편국, 극장, 보통학교, 병원, 상가 건물 등등. 당시 사진과 여러 기록을 토대로 재현했다고 한다. 공원에서 길 건너편에 당시 노동당사 건물이 뼈대를 드러낸 채 서서 옛날을 이야기하고 있다.

철원 한탄강
물가 주상절리
한탄강 주상절리

소이산에서 둘레길을 걷는 대신 모노레일을 탔으니 좀 걸어야겠다. 한탄강주상절리길로 간다.

순담 매표소에서 드르니 매표소까지 3.6Km. 한탄강 대표적인 주상절리 협곡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도 길이다. 험한 벼랑에 선반을 매듯 만들어 놓은 길. 목재와 철재를 함께 사용했다.

상류 쪽에서 하류 쪽으로 간다. 흐르는 물은 깊은 옥빛이다. 가끔 하얗게 웃는다. 마음속 물소리에 발을 얹는다. 물가 절벽 주상절리에서 배어나는 아득한 옛날을 꿈을 꾸듯 더듬는다.

고석정 꽂밭
고석정 꽃밭

뒤풀이는 고석정 꽃밭 구경. 수만 평 넓이에 온갖 꽃이 한창이다. 사람 물결도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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