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27. 23:46ㆍ강원
마을 어르신께서 말씀하신다. 갈라지는 산줄기가 많다는 뜻, 그래서 만지산(萬枝山 716.2)이다.
강원도 정선군 동강 가에, 백운산 이웃에 있는 산이다. 까탈스럽게 말하자면, 동강이라는 이름을 갖기 직전, 조양강 가에, 라고 해야겠다. 그렇지만, 그냥, 동강이라고 해야겠다.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이 펼쳐지는 곳. '청정'의 대명사 '동강'.
2024년 3월 27일 수요일. 대한민국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강 풍경이 얼마나 있을까. 신동읍 제장리에서 강물을 옆에 끼고 거슬러 올라가는 길. 그 청정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할 말이 있을까.
그렇게 올라가다가 귤암교를 건너고, 윗만지 마을로 갈라지는 길가에 자동차를 세우다. 윗만지 마을 뒤에서 숲속으로 들어서다. 가파른 비탈을 헤집어 산등성이에 올라서다. 희미하게 뚜렷한 산길을 걷다. 여기저기서 생강나무들이 노랗게 껌뻑이다. 그렇게 올라선 산마루 양지바른 곳에 앉아 봄볕을 쬐면서 김밥을 먹다.
볕을 털고 일어나 산등성이 희미한 길을 더듬다. 산길 흔적이 사라지다. 된비알, 푹푹 빠지는 낙엽에 미끄러지다. 시냇물을 만나고, 물 따라 흐르는 길에 발길을 얹다. 아랫만지 마을을 만나다.
마을 어느 어르신께서 나그네들 발길을 잡으시다. 커피 한 잔씩 굳이 권하시다. 마을 사정, 생활 사정, 세상 사정을 유쾌한 웃음소리에 얹어, 티 하나 없는 언어로, 구김 하나 없는 표정으로 말씀하시다.
아, 노자요, 장자가 따로 있을까. 석가, 예수, 공자, 어려운 말씀들을 굳이 헤아릴까.
마을을 벗어나면서 성황당인 듯, 무엇인 듯한 무엇을 만나다. 제단이 있고, 나무로 깎은 신상이 있고, 히말라야 자락에서처럼 타르초가 걸려 있다. 뭔가.
유쾌한 잠깐, 유쾌한 인사말을 나누고 처음 그 자리를 향해 걷다. 검푸르게 흐르는 강물이 어느 곳에서 하얀 노래를 부르다. 잠깐 서서 귀를 기울이고 멀리까지 눈을 기울이다.
정선으로 달리는 도중, 물가 바위 벼랑 밑에 자동차를 세우다. 바위 절벽 곳곳 틈바구니에서 막 피기 시작하는 동강할미꽃들을 보고 또 보고. 여가저기에 피어난 손단풍 꽃들을 보고 또 보고. 이리저리 오가면서 보고 또 보고.
정선 아라리시장을 어슬렁어슬렁. 메밀전, 메밀전병, 녹두전, 수수부꾸미, 모둠 하나에 막걸리 한 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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