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3. 23:47ㆍ충청
성금이 말금이. 성금 마을 말금 마을. 금(金)이 말로 났고, 섬으로 났다고 한다. 한 섬은 열 말. 그래서 그런지 성금 마을이 말금 마을보다 크다. 성금 마을은 15가구, 말금 마을은 7~8가구 된다고 한다. '섬금'이 '성금'으로 변한 것은 발음을 편하게 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이리라.
2022년 11월 3일 목요일. 성금이 말금이를 찾다. 가곡면 소재지를 지나 영춘 쪽으로 달리다가 오른쪽, '구인사로'로 접어들었다. 성금, 말금 이정표를 보고 자동차를 세웠다. 가을 아침 상쾌한 산속 공기에 몸을 던져 걸음을 뗀다.
구불구불 산길 가에 시묘막 작은 흙집이 있고, 묘가 있다.
侍墓幕(시묘막) 안내
- 위치: 충청북도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산90-1번지
- 시묘자: 金基先(일명 김화춘) 1933.3.5.생
- 피시묘자: 宋賢子(송현자, 김기선의 모) 1884.9.29.생
- 효자 김기선 씨는 아버님(김상은)을 일찍 여의고, 홀어머님을 극진히 모시다가 1964.2.13. 모친이 80세로 돌아가시자 이를 못내 아쉬워 하여 장례 후에도 묘소를 떠나지 않고, 부모님을 여읜 죄인은 다리를 펴고 편히 잘 수 없다며, 눈, 비를 겨우 피할 수 있는 본 움막을 짓고, 1964년 2월부터 1966년 10월까지 2년 8개월 간 두발도 깎지 않은 채 시묘살이를 하면서, 강원도 평창에서 부친의 묘소도 이곳으로 이장하여 묘역을 정성껏 정비하는 등 효친 사상의 귀감이 되어, 후세의 산교육장이 되도록 보존하고자 1997.5.30.본 시묘막 보호 시설을 준공함(시묘막 앞 안내문/*시묘막을 보호하는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여전히 가파른 몇 굽이를 돌아 성금 마을로 들어간다. 세상에나. 한 발, 한 발, 놀라는 가슴 그대로 걷는다.
단양군 가곡면 보발1리. 해발 700m쯤 된다는 산기슭에 성금 마을이 있고, 좀 아래에 말금 마을이 있다. 성금 마을에서 밭일을 하시는 할아버지께 공손히 인사를 여쭙는다. 산 이름은 매봉산, 이라고 하신다. 저기, 저기가 군터요. 군사 훈련 터, 군터. 요 산 너머에 온달산성이 있고, 온달 장군이 여기서 군사를 훈련 시켰고, 저 건너 저기, 피화기에서 무기를 만들었다고 해요. 저기 임도를 따라 온달산성까지 갔다가 저리로해서 돌아오는 길이 있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고, 준비를 제대로 하고 가야 할 텐데. 저기 임도를 따라 고갯마루에 가면 외딴집이 있고, 만여 평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어요. 아, 그래요? 그럼, 거기까지만 갔다가 돌아와도 되겠네요. 그래도 되지요. 고맙습니다.
금(金)이 말로 나고, 섬으로 난다는 얘기, 해발 700m쯤 된다는 얘기도 이 할아버지께 들은 얘기다. 비탈이 심한 마을길을 이리저리 돌아본다. 고갯마루 외딴집에선 멍멍이가 요란하게 짖어댄다. 만여 평 너른 밭에선 잎을 떨군 콩이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임도를 따라 언덕 너머 밭이 있는 곳까지 다녀온다. 밭 가 산기슭에서 궁둥이가 하얀 노루 두 마리가 성큼성큼, 잎 떨어진 나무 사이를 헤치면서 달린다. 커~엉, 커~엉. 우짖는 소리가 산을 울린다.
단풍나무를 비롯하여 온 산에 단풍이 절정을 넘어서고 있다. 마을은 단풍 숲에 싸여 있다. 시리도록 고운 단풍은, 수확철 고단한 마을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까. 자, 이제 말금 마을로 가자.
말금 마을 입구에 '선 소나무' '누운 소나무'가 있다. 귀한 볼거리가 분명하다. 멋있다. 마을로 내려가 옻샘 물맛을 본다. 시원하다. 물맛이다. 집에 와서 보니, 선 소나무를 찍은 사진이 영 신통치 못하여 버린다.
말금 선 소나무, 누운 소나무: 마을 입구 언덕배기에 있다. 단양군 보호수 제50호. 2000.7.27.지정 당시 수령 200년으로 추정.
말금 옻샘 옻나무: 옻샘 가에 있다. 단양군 보호수 제51호. 2002.7.27. 지정 당시 수령 100년으로 추정
다시 구인사로, 처음 그 자리로 와서 손목을 들어 보니 9.64Km.
건너편 산기슭 피화기 마을로 간다. 돌고, 돌고, 또 돌면서 올라가는 길이 몹시 기파르다. 숨을 골면서 엄나무 성황당을 찾으니 엄나무 고목 3그루와 돌탑만 있고, 당집이 없다. 마을 할머니께 여쭈니, 땅 주인의 뜻에 따라 철거했다고 하신다. 지붕과 벽채가 썩 어울지는 않아 보이는 너와집 두 채가 있다. 가파른 마을길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에 15가구가 모여 산다고 한다. 구인사로 마을 입구 이정표에서 마을까지 왕복 4.57Km.
피화기 마을: 단양군 가곡면 보발1리. 소백산 자락 용산봉(943) 중턱 해발 700m쯤에 자리한 마을. 임진왜란 무렵, 평안도 사람들이 처음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난리를 피한 터'라는 뜻으로 '피화기(避禍基)'라고 했단다.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지대였고, 철을 채취하고, 제련하여 병장기를 만들었었다는 전설이 있고, '쇠골', '황철구렁' 등 관련 지명이 남아 있다. 마을 주변 '장군목'이란 지명은 고구려 온달 장군과 신라군의 전투 관련 전설을 전한다. 6.25 전쟁을 모르고 지냈다고 할 정도로 오지라고 하며, 1950년대 중반에는 30여 가구가 살았었다고 한다.
아래는 보발재에 올라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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