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충주 서운리임도]
2022. 12. 26. 23:26ㆍ충청
2022년 12월 26일 월요일. 충주시 동량면 서운리 임도를 걷다.
작년 봄, 흐드러지는 벚꽃, 흩날리는 꽃비, 온 천지에 피어나는 애기 연둣빛, 맑고 깨끗한 그 세상에 넋을 던져 놓고 흐르던 그 길.
눈이 많이 왔고, 강추위가 계속되는 날씨에 움추러드는 게으름을 애써 뿌리치고 나왔다.
다행히 날씨는 많이 누그러졌고, 햇볕이 맑다. 장갑 낀 손끝이 살짝 시리긴 했지만, 포근함을 느끼면서 걷는다. 15.33Km.
저기 저 하늘 높이 빙빙 도는 놈들은 매, 아니면 새매일 것이다. 설마 우리를 노리는 것은 아닐 테지. 어, 저 바위 앞에 저건 뮈지? 아, 저 아래 물에 잠긴 마을 사람들 섬기던 산 제당 터인가 보다.
두텁게 쌓인 눈길을 원 없이 즐긴다. 정말로 오랜만에 눈이 많이 온 것이다. 뽀드득뽀드득. 해맑은 말소리, 해맑은 웃음소리. 해맑은 가슴. 해맑은 넋을 가진 도반들.
아니! 수리재가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걸음을 멈춘다. 두텁게 쌓인 눈길 위에 어지럽게 흩어진 깃털들. 이건 꿩이다. 차샘은, 암컷, 까투리라고 단정하다. 어쩌면 이렇게 살점 하나 남겨 놓지 않았는가. 연일 눈이 내리는 날씨에 허기가 심했었던가. 아까 그 하늘을 맴돌던 놈들의 짓이었을까.
안림동에 와서 소주 한잔하고 헤어져 추운 눈길을 밟아 집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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