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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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
비경. 2022년 7월 26일 화요일. 아주 오랜만에 수문동 폭포를 찾았다. 억수 계곡 곁 골짜기에 꽁꽁 숨어 있는 비경. 숲길을 헤치고 몇 번 물을 건너고 수곡용담을 지나면서 스리슬쩍 숨어들어 속인이 아닌 척 신선인척 오늘 하루 뜨거운 세상을 벗어나다. 꽁꽁 험한 산속 적막함에 묻히다. 티 없이 맑은 숲 속에 묻혀 티 없이 맑은 시간을 보내다. 옥가루처럼 부서지고 흐르고 고이고 또 흐르는 물 티 없이 맑은 빛 티 하나 없이 맑은 소리 티 하나 없이 맑은 웃음 티 하나 없이 맑은 가슴들.
2022.07.26 -
공주대간[공주]
2021년 12월 11일 토요일. 공주대간을 걸었다. 공산성에서 볼 때, 공주 시내 건너편에서 구불거리는 산등성이를 그렇게들 부른다. 공주시 신관동에서 공주대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옥룡정수장으로 오르는 길을 잡았다. 산등성이는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면서 구불거린다. 산등성이 양옆 비탈에 이불처럼 깔린 참나무 가랑잎 은은한 빛깔이 예쁘다. 리기다소나무가 숲을 이루었고, 가랑잎이 푹푹 밟히는 산길이 즐겁다. 옥룡정수장-월성산(봉화대)-철마산-주미산(381)-지막곡산-우금티. 12Km쯤. 백제가 한강 유역에서 내려와 사비성(부여)로 옮겨가기까지 64년 동안 도읍하면서 남긴 사연들과 왕조의 멸망에 대하여, 그때 남긴 유물과 유적들에 대하여, 고려와 조선을 거치는 동안 남은 흔적과 이야기들에 대하여, 동학농..
2021.12.11 -
큰산[음성]
행치재는 충청북도 음성군에 있는 고개다. 옛날에 고갯마루에 수백 년 묵은 살구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고갯마루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한강과 금강으로 갈라진다고 하여 한금령이라고도 한다. 속리산 천황봉에서부터 달려온 한남금북정맥은 행치재에서 큰산으로 급하게 올라간다. 낙동강, 한강, 오십천이 갈라지는 강원도 태백 삼수령, 금강으로 가는 물과 섬진강으로 가는 물이 갈리는 전라북도 장수 수분이고개를 생각한다. 속리산 천황봉 아래서 솟은 샘물은 한강과 낙동강, 금강으로 나뉘어 흐른다고 한다. '큰산'(510)은, 산 아래 마을에서 크게 보이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예전에, 큰 난리 통에 다치거나 희생된 마을 사람이 없었던 것은 이 산의 큰 덕이었다고 하여, 클 보(普), 큰 덕(德)을 써서 보덕산, 난리가..
2021.12.08 -
청양에도 남산이[청양 남산녹색둘레길]
청양에도 '남산'이 있다. 서울에도 있고, 충주에도 있고, 경주, 천안, 괴산 등지에도 있는 것처럼. 앞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대개 고을의 남쪽에 있기에 '남산' 이라고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니와, 와서 보니, 청양의 남산도 청양 읍내 앞에, 남쪽에 솟아 있다 2021년 11월 11일 목요일. 충청남도 청양군 남산 둘레를 걷는다. '남산녹색둘레길'이라고 하는 길이다. 지천을 따라 흐르는 '지천생태길', 남산 산속을 헤집는 '녹색길', 벚나무 가로수길과 함께 가는 '벚꽃길', 탄정리 마을을 지나고 대치천을 따라 처음 그 자리로 이어지는 '고향길', 하여 14Km쯤 되는 길이다. 지천과 대치천이 만나는 청양 읍내 어귀에 있는 지천생태공원에서 걸음을 뗀다. 장곡사가 자리한, 칠갑산의 긴 골짜기를 ..
2021.11.11 -
호태가 호태산에 [공주 호태산]
1,500여 년 전에 백제 왕국의 도읍이었고, 조선시대 충청감영이 있었으며, 동학농민혁명전쟁의 막바지 전투가 치열했던 곳. 아득한 옛날부터 대대로 쌓인 유물과 유적, 이야기들이 널려 있는 곳. 공주. 2021년 11월 4일 목요일. 오늘은 호태산을 찾아 산길을 걸으면서 머리를 식힌다. 공산성에서 금강 건너편에, 공주대학교 신관캠퍼스에서 길(무령로) 건너편에 있는, 야트막하고, 덩치도 작은 산이다. 산속에 자리한 수자원공사로 오르는 길가에 등산로 입구가 있다. 푯대봉(138)을 넘었다. 무령로로 내려선 다음 금강대교 건너 공주시내에서 요기를 하고, 강을 도로 건너 와서 다시 산에 오른다. '공주 신관리 석실고분'(충청남도 기념물 제7호)를 들러보고, '호태산 전망대'에서 말없이 흐르는 금강과 물 건너에 펼..
2021.11.04 -
꼬부랑길[보은]
2021년 10월 14일 목요일. 꼬부랑길을 걷다. 보은 속리산 지척에 있는 말티재 정상에서 옆으로 산기슭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말 그대로 꼬불꼬불하지만 임도처럼 널찍한 길이다. 산꼭대기 가까이에 걸려 있어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경치가 정말로 아름답고, 공기가 더없이 맑고 깨끗하다. 오르막 내리막도 심하지 않아 산책하듯 발걸음이 가볍다. 보은군 속리산면 갈목리 솔향공원에서 걸음을 뗀다. 말티재 고갯마루까지는 오솔길로 1Km쯤. 그리고 꼬부랑길 8.6Km쯤. 그리고 말티재 전망탑에 올라 뱀보다 더 심하게 구불거리며 올라오는 고갯길을 내려다보다. 조선 세조가 요양차 속리산을 찾아왔을 때, 가마에서 내려 말로 갈아탔다고 한다. 그만큼 가파르다는 얘기다. 그러기에 자동차 도로는 저렇게 심하게..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