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길[보은]
2021. 10. 14. 22:38ㆍ충청
2021년 10월 14일 목요일. 꼬부랑길을 걷다. 보은 속리산 지척에 있는 말티재 정상에서 옆으로 산기슭을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말 그대로 꼬불꼬불하지만 임도처럼 널찍한 길이다. 산꼭대기 가까이에 걸려 있어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경치가 정말로 아름답고, 공기가 더없이 맑고 깨끗하다. 오르막 내리막도 심하지 않아 산책하듯 발걸음이 가볍다.
보은군 속리산면 갈목리 솔향공원에서 걸음을 뗀다. 말티재 고갯마루까지는 오솔길로 1Km쯤. 그리고 꼬부랑길 8.6Km쯤. 그리고 말티재 전망탑에 올라 뱀보다 더 심하게 구불거리며 올라오는 고갯길을 내려다보다. 조선 세조가 요양차 속리산을 찾아왔을 때, 가마에서 내려 말로 갈아탔다고 한다. 그만큼 가파르다는 얘기다. 그러기에 자동차 도로는 저렇게 심하게 구불거리면서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처음 그 자리에 다시 와서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본다. 소나무에 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놓은 전시관이 있고, 모노레일이 있고, 정자 등 휴식 공간이 있다. 더 훌륭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이 아름다운 산천경개.
이제 장안면으로 넘어간다. 장안면의 옛 이름이 외속리면이고 속리산면의 옛 이름이 내속리면이었으니까, 속리산 안쪽에서 바깥 속리산으로 가는 셈이다. 한강 수계에서 금강 수계로 넘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속리산 천왕봉 삼파수에서 갈라진 물줄기가 이쪽에선 한강으로 저쪽에선 금강으로 흘러 가는 것이다.
동학 대도소가 있었고, 교주 최시형이 머물렀었고, 대규모 집회가 있었으며, 민속자료 선병국 가옥 남아 있는 장안리(장내리)로 가는 길에 서원리 소나무를 보다.
장안면 서원리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52호. 1988년 4월 30 일 지정 당시, 높이 15.2m, 사람 가슴 높이 둘레 4.7m, 수령 600년쯤. 7Km 거리에 있는 정이품송과 부부 사이라고 하여 '정부인소나무'라는 별명이 있다.
장안리에 구름처럼 모였었다는 동학교도들을 생각하면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으로 가다. 동학혁명 막바지에 북실마을(종곡리)에서 숨을 고르던 농민군이 일본군과 관군의 기습을 받아 2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길 건너 성족리에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이 있고, 위령탑이 있다. 문화해설사를 만나, 전해지는 일화를 들으면서 전투 상황과 농민군들이 지나간 경로와 발자취를 가늠해 보다 .
보은 하면 대추. 마침 대추 수확이 한창이다. 여기도 대추밭, 저기도 대추밭이다. 길가 여기저기 작은 천막 아래서 대추를 팔고 있다. 그냥 가는 게 아니지. 통통하고 싱싱하고 달콤하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듬뿍 얹어 주는 덤이 후하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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