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충주 안심마을길]

2021. 3. 8. 22:09충청

충주 시내 건물 숲이 가깝게, 훤히 내려다보이는 계명산 기슭. 사과마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수원이 많고, 과수원 길이 이리 갈라지고 저리 만나는 마을. 충주시 안림동 안심마을. '안심'마을의 '안'과  '어림'마을의 '림', 해서 '안림동'이라 했을 만큼 큰 마을이다.

충주 사과야 옛날부터 유명한 거고, 복숭아나무도 있고, 배, 매실, 포도, 대추, 호두, 또다른 과일 나무도 더러 보인다. 보리밭도 있고,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수확하는 손길도 있다. ○○농원, □□농원 등. 예쁜 사진을 곁들인 간판들이 보인다. 시멘트 기둥에 글씨를 새긴 것들은 보다 오래된 것들이다.

2021년 3월 8일 월요일. 안심마을 과수원 길을 걷는다. 집에서 가까워서 가끔 산책 삼아 찾는 길이다. 빛나는 아침 햇살 풋풋한 바람결에 가슴이 설레는 것은 다가오는 봄날에 대한 그리움이리. 과수원 길을 지나고, 마을길을 지나고, 또 과수원 길을 지난다. 가지치기 뒷정리가 남아있는 밭이 있고, 과수원 울타리에서 노란 웃음은 보내는 산수유나무가 있고, 공사판도 있다. 저기 매실나무는 꽂봉오리를 막 터뜨린다. 한적한 전원 풍경이다. 그런데 무언가 또 다른 기운이 있다.

산기슭 조용한 과수원 마을에 전원주택 바람이 불어온 건 벌써부터이고, 택지 개발 얘기가 간간이 들리더니, 여기저기 개발 승인을 축하하는 현수막이다.

무식한 소견에 의문이 인다. 몇 십 년째 지역 인구가 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드는 마당에 계속해서 택지를 개발한다? 연수지구에 이어 호암지구 개발이 끝나자마자 또다시 대규모 택지를 개발한다? 슬럼화되는 구도심은 어떡할 것인가. 아까운 농지와 산림을 무분별하게 파헤칠 것인가. 꼭 이런 식의 개발이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한 개발이고,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공익인가 사익인가. 개발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환영하는 사람들은 또 어떤 이들인가. 개발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우리가 모르는 채 잃는 것들은 무엇인가.

개발 역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어둡고 부정적인 면을 어려운 이론으로 미화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두둔하고 옹호하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믿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이고, 멋모르고 휩쓸리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더 많은 사람들은 왜 관심도 두지도 않는 것인가. 공정하고 정당한 개발을 고민하고 실천할 수는 없는가.

우둔한 사람의 우둔한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