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건지 흐르는 건지[충주 서운리순환임도]

2021. 4. 8. 19:54충청




주봉산 자락에 위치한 서운리는 서른, 서룬, 서운으로 불리었고,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었다. 일부는 마을 언덕으로 옮겨 살고, 많은 이웃은 정든 땅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

수몰 25주년을 맞이하여, 마을의 역사와 전통, 문화유산을 후손에게 알리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수몰인들의 마음을 담아 망향비를 세운다. 2010년 11월 28일.

2021년 4월 8일 목요일. 충주시 동량면 서운리. 고향 노래비(제목: 주봉산)를 보고, 망향비를 보다.

포탄리, 함암리, 명오리, 호운리, 사기리. 서운리와 함께 물에 잠긴 이웃 마을들. 모두가 물에 잠겼고, 서운리 '일부가 마을 언덕'으로 옮겨 살고 있는 셈이다.

서운리 마을 끝에서 임도로 들어서다. 흐드러져 눈부시는 벚나무, 흩날리는 꽃비, 서서히 신록을 채비하는 산. 맑디맑은 햇빛, 풋풋한 바람결. 소나무 한 그루 멋들어지게 서서 한 풍경 끼어드는 언덕배기에 갈림길이 있다. 함암리 쪽이다. 마을은 물에 잠긴 지 오래됐다지만, 망설임 없이 들어서다. 2Km쯤 구불구불 내려갔다가 되짚는 길.

걷는 건지 흐르는 건지. 작은 산비탈 하나 가득 바다를 이룬 개복숭아 분홍빛 꽃, 좌~악 펼쳐지는 충주호 물바다, 산허리를 오르내리며 돌고 또 돌아가는 길, 꿈결인 듯 걸어가는 나그네. 한 굽이 돌 때마다, 한 고개 넘을 때마다 펼쳐지는 별천지. 아, 이제 나는 내가 아니다.

서운리 순환 임도. 서운리에서 명오리, 호운리로 구불거리다가 미라실 갈림길에서 수리재를 넘어 처음 그 자리로 돌아오는 길. 옛 마을이 모두 물에 잠긴 명오리와 호운리는 이름만 있는 셈이니 그냥 서운리 순환 임도라고 하는가 보다. 물이 차기 전엔 저 산꼭대기라고 했을 곳에, 마을들이 물에 잠기고 나서 한참 후에 생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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