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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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시내 바깥 둘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온통 어수선한 가운데 해가 바뀌었다. 처음 나타난 지 1년.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온 지구촌을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백신 개발 소식이 속속 들리고 있으니 희망을 가져 볼까. 새해 첫날인 어제는 집안에서 조용히 보냈고, 오늘, 2021년 1월 2일, 새해 첫 토요일. 조용히 문을 열고 나온다. 충주 시내 바깥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보자. 한 바퀴 돈다. 집-무불통-금릉초-충주세무서-능암습지-무술공원-충주하수처리장-달천대교-송림-유주막삼거리-도장골-관주골-범바위-금봉대로-무불통-집/23.09Km. 충주 시내는, 탄금대에서 남한강에 합류되는 달천강 유역 너른 들판을 끼고서, 계명산-남산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한반도의 요충지로서 오랜 역사를 지닌 충주 지역에는 ..
2021.01.02 -
권선징악[세종 전월산-원수산]
삼산이수: 세 개의 산과 두 개의 물줄기. 전에, 거창에서 우두령을 넘어 감천 줄기를 따라 걸으면서, 맑고 깨끗한 산천경개에 넋을 잃었던 적이 있다. 그때, 김천 시내에 커다랗게 내걸린 표어에서 '삼산이수'라는 말을 보았다. 황악산, 금오산, 대덕산이 삼산이고, 직지천과 감천이 이수라고 했다. 정말로 맑고, 곱고, 깨끗한 기운에 온몸이 흠뻑 젖었었지. 오늘, 세종시에서 삼산이수라는 말을 또 듣는다. 전월산, 괴하산, 원수산이 삼산이고, 이수는 미호천과 금강이란다. 2020년 12월 26일 토요일. 올 마지막 토요일이다. 세종시 연기면 세종리. 세종리 느티나무는 엄청나게 너른 공사장 부지 안에 있다. 수Km 울타리와 전월산에 둘러싸여 있고, 자동차 진입로는 막혀 있다. 국 회의사당 건물도 저 안에 지어질 ..
2020.12.26 -
대장간 할아버지[세종시 오봉산-고복저수지]
바깥 날씨 춥다고 문 닫고 들어앉아 웅크리고 있으랴. 용기를 내어 길을 나선다. 그래, 거기로 가자. 오봉산 하면 청평사를 품고 있는 춘천 오봉산(청평산)이 먼저 떠오르고, 조선왕조 궁궐의 오봉산일월도가 생각난다. 다섯 봉우리가 어울려 한 경치를 이루기에 생긴 이름이겠지. 대구, 인천, 경주, 보성, 양산 등 곳곳에 오봉산이 있다. 오늘은, 세종시 오봉산이다. 조치원읍 봉산리에서 오봉산을 넘고, 연서면 고복저수지 둘레를 한 바퀴 돌고, 성제리, 월하리를 지나 다시 봉산리 거기까지 17.78Km. 아침 10시, 봉산1리 마을회관 앞. 공기가 차다. 두어 발짝 거리에 연기 봉산동 향나무가 있다. 강화 최씨 종가 터에 있으며, 천연기념물 321호. 수령 440년 이상, 크기 3.2m, 가슴 높이 둘레 2.8m..
2020.12.19 -
한 잔 먹세 그려[진천 환희산]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가지 꺾어 셈을 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에 지게 위에 거적 덮어 꽁꽁 졸라 묶여 가나 꽃상여에 만인이 울며 따라가나 억새 속새 떡갈나무 버드나무 숲에 가기만 하면 누런 해 흰 달 가랑비 함박눈 회오리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고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 휘파람 불 제 뉘우친들 무엇하리 송강 정철(1536~1593)의 장진주사(將進酒辭). 요샛말로 요렇게 다듬으면 될까. 정치적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주옥같은 문학 작품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 그렇게도 술을 좋아했다고 한다. 권력 지향적이다, 악독하다, 호방하다, 진짜 풍류객이다, 사람들의 평이 엇갈리는 사람. 2020년 12월 12일 토요일. 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환희산. 산기슭에 정송강..
2020.12.12 -
물이 흐르는 쪽으로[함박산-소속리산]
무섭게 번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전국적으로 방역 단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내가 사는 충주와 이웃 제천에서도 연일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여행과 김장 모임에서 시작된 전염이란다. 지난 한 주일 동안 두 지역 초중고교 모두가 등교를 중지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였고, 제천은 며칠 더 연장되었다는 소식이다. 가슴 졸이던 대입 수학능력 평가는 다행스럽게도 별 탈 없이 끝이 났지만, 이 난리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 이 와중에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을 전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없는 죄도 만들어내고, 있는 죄도 없애고, 마음대로 법 기술을 부리는 검찰은 마땅히 개혁이 필요한 노릇이지만, 그게 영 만만치가 않은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의 푸념과 원성이 힘없이 사그라지곤 하는 현실. 달걀로 바위 치는 식의 ..
2020.12.05 -
아무 생각 없이[통동리 저수지 둘레길]
2020년 11월 28일 토요일. 좀처럼 누그러들 기색이 없는 코로나19. 온 나라가 난리다. 온 지구촌이 1년 내내 들썩이고 있다. 오늘은 음성군 맹동면 통동리 저수지 둘레를 걷는다. 아무 생각 없이. 통동리에 둑방이 있어 통동리 저수지다. 둑방에 막혀 고인 물은 북쪽 군자리까지 길게 차올랐고, 수십 개의 골짜기를 톱니처럼 파고들었다. 지형이 통처럼 생겼다는 통동리에 있는, 기다란 통 모양의 저수지. 아니, 수십 골짜기를 파고드는 톱니가, 하늘에서 보면, 여러 가시처럼 보일 테니 도깨비방망이라고 할까. 돌고 돌고 돌고 도는 물가로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돌아가는 길. 오르내리막이 크게 없는 임도.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내맡기기에 딱 맞는 길이다. 산과 물과 공기와 햇빛이 주는 맑음과 고요함. 아무 생각 ..
2020.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