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징악[세종 전월산-원수산]
2020. 12. 26. 22:35ㆍ충청
삼산이수: 세 개의 산과 두 개의 물줄기. 전에, 거창에서 우두령을 넘어 감천 줄기를 따라 걸으면서, 맑고 깨끗한 산천경개에 넋을 잃었던 적이 있다. 그때, 김천 시내에 커다랗게 내걸린 표어에서 '삼산이수'라는 말을 보았다. 황악산, 금오산, 대덕산이 삼산이고, 직지천과 감천이 이수라고 했다. 정말로 맑고, 곱고, 깨끗한 기운에 온몸이 흠뻑 젖었었지. 오늘, 세종시에서 삼산이수라는 말을 또 듣는다. 전월산, 괴하산, 원수산이 삼산이고, 이수는 미호천과 금강이란다.
2020년 12월 26일 토요일. 올 마지막 토요일이다. 세종시 연기면 세종리. 세종리 느티나무는 엄청나게 너른 공사장 부지 안에 있다. 수Km 울타리와 전월산에 둘러싸여 있고, 자동차 진입로는 막혀 있다. 국 회의사당 건물도 저 안에 지어질 거라는 말이 있다. 저 위에서 미호천을 받아들여 흐르는 금강 가, 양화리 정수장 입구 공터에 자동차를 세운다.
2012년 7월 1일,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면서, 남면이 연기면으로 바뀌고, 양화리 등 여러 마을 이름이 없어지고, 세종리 등 새로운 이름들이 생겨났으며, 양화리 은행나무도 세종리 은행나무가 되었다. 640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 두 그루와 부안 임씨 사당을 제외한 마을 터는 우거져 마른 잡초에 묻혀 있다. 논밭 자리도 마찬가지이고, 저쪽에선 이미 토목 공사가 시작된 마당이다. 이정표를 따라 산으로 간다.
전월산. 저쪽 벌판에서 보면, 보름달이 산등성이 위로 굴러가듯 흐르는 걸 볼 수 있다고 한다. 오르막 산등성이에 며느리 바위가 있고, 전설을 적은 안내판이 있다. 권선징악. 전통적 교훈을 담고 있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들을 수 있는 판에 박은 듯한 이야기. 당연히 착하게 살아야지.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은 정작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말은 나오는 까닭은 무엇인가.
잠깐만에 야트막한 산꼭대기. 의자와 정자가 여럿 있고, 한 발짝 아래 용샘이 있다. 샘 가에 버드나무가 있고, 또 하나의 전설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이 역시 여러 곳에서 들을 수 있는 이무기 전설. 무궁화테마공원 쪽으로 두어 발짝 거리에 있는 상여바위에는 임난수 장군 이야기다. 장군이 북쪽이 잘 보이는 바위에 앉아 망국의 한을 삭였다고 한다.
전월산 며느리바위 전설: 고약한 시아버지가 탁발 나온 스님 바랑에 퇴비를 한 삽 퍼 준다. 착한 며느리가 몰래 뒤쫓아가 쌀 한 바가지를 시주하면서 용서를 빈다. 이틀 후, 며느리는 스님이 일러준 대로 전월산에 오른다. 비가 억수로 내리고, 천둥번개가 친다. 기다시피 산등성이를 올라간다. 시아버지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스님의 당부를 잊고 뒤를 돌아본다. 마을은 물에 잠겨 흔적이 없고, 며느리는 그대로 돌이 된다. 바위 앞에서 지성으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세종리 은행나무: 고려말에 최영과 함께 탐라를 정벌하는 공을 세운 임난수(1342~1407) 장군이, 조선 개국 후에 불사이군의 정신으로 전월산 아래 은거할 때 심었다는 두 그루 은행나무. 일제강점기 때 어느 일본 사람이 나무를 베려고 하다가 나무에서 웅~, 소리가 나는 바람에 베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수령 600년 이상. 세종시 기념물 8호. 옆에 부안 임씨 사당, 숭모단이 있다.
전월산 용샘(龍泉): 금강 맑은 물에서 자란 이무기가 백년 기도 끝에 하늘로 오르다가 부정을 타고 용샘에 떨어져 버드나무가 되었다. 버드나무가 반곡 마을을 쳐다보면 반곡 여자들이 바람이 나고, 양화리를 보면 양화리 사람들이 부자가 된다는 전설이 있다.
무궁화공원으로 내려선 다음 원수산으로 간다. 전월산과 마찬가지로 높지도 크지도 않은 산. 길은 가벼운 산책로.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이다. 여기 산마루에도 잘 만들어진 휴식 공간이 있다. 세종 시내가 하얗게 내려다 보인다. 하늘을 찌르는 건물 숲. 내려오는 길에 원수산 유래를 적은 비석을 있다. 덕성공원으로 내려선다. 덕성서원(숭덕사)을 둘러보고, 세종소방서를 지나치고, 절재로를 따라 처음 그 자리. 금강 가로 내려서서 잘 닦인 산책로를 잠깐 걷는다.
원수산 전설: 1.원수가 거느린 군대가 주둔했었다고 한다. 2.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부자 형제네 하인들이 길거리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아우네 집이 이겼고, 형은 마을을 떠났다. 형제는 후에 마을 뒷산의 두 봉우리가 되었고, 원수봉(웬수봉)이 되었다. 원수산 유래비에는 元帥山.
양화리 정수장 입구 공터-세종리은행나무-며느리바위-전월산/용샘-상여바위-무궁화테마공원-원수산-생태습지 한 바퀴-덕성공원-세종소방서-절재로-금강-처음 거기. 12.4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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