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먹세 그려[진천 환희산]
2020. 12. 12. 21:17ㆍ충청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가지 꺾어 셈을 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에 지게 위에 거적 덮어 꽁꽁 졸라 묶여 가나 꽃상여에 만인이 울며 따라가나 억새 속새 떡갈나무 버드나무 숲에 가기만 하면 누런 해 흰 달 가랑비 함박눈 회오리바람 불 제 뉘 한 잔 먹자 할고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 휘파람 불 제 뉘우친들 무엇하리
송강 정철(1536~1593)의 장진주사(將進酒辭). 요샛말로 요렇게 다듬으면 될까. 정치적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주옥같은 문학 작품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 그렇게도 술을 좋아했다고 한다. 권력 지향적이다, 악독하다, 호방하다, 진짜 풍류객이다, 사람들의 평이 엇갈리는 사람.
2020년 12월 12일 토요일. 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환희산. 산기슭에 정송강사가 있다. 400년도 더 이전에 살았던 한 사람의 삶을 기리는 사당(松江祠), 내삼문(忠義門), 외삼문(文淸門), 홍살문, 기념관, 시비, 사적비, 신도비 등이 자연 속에 자연스럽게 깃들어 있다. 산으로 오르는 길이 양쪽에 있고, 300여 미터 거리에 묘가 있다. 송강의 묘 바로 아래 있는 묘는 둘째 아들의 묘.
정송강사: 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에 있는 송강 정철의 사당. 1665년(현종5)에 경기도 고양에 있던 송강의 묘를 이곳으로 옮기고, 사우를 지었다. 1979부터 1981년까지 새롭게 단장하였으며, 충청북도기념물9호.
한 평생 떠들썩하게 살았고, 죽은 다음에 훌륭한 자연의 품에 훌륭한 집을 가진 사람. 진천 환희산은 송강 정철의 집 뒷동산인 셈이다. 정송강사-환희산-일국사-정송강사-묘역-정송강사/ 6.67Km. 저녁 밥상 앞에 앉아 잔을 따른다. 한 잔 먹세 그려.
'충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선징악[세종 전월산-원수산] (0) | 2020.12.26 |
---|---|
대장간 할아버지[세종시 오봉산-고복저수지] (0) | 2020.12.19 |
물이 흐르는 쪽으로[함박산-소속리산] (0) | 2020.12.05 |
아무 생각 없이[통동리 저수지 둘레길] (0) | 2020.11.28 |
님도 보고 뽕도 따고[원남저수지둘레길] (0) | 2020.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