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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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건지 흐르는 건지[충주 서운리순환임도]
주봉산 자락에 위치한 서운리는 서른, 서룬, 서운으로 불리었고,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었다. 일부는 마을 언덕으로 옮겨 살고, 많은 이웃은 정든 땅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 수몰 25주년을 맞이하여, 마을의 역사와 전통, 문화유산을 후손에게 알리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수몰인들의 마음을 담아 망향비를 세운다. 2010년 11월 28일. 2021년 4월 8일 목요일. 충주시 동량면 서운리. 고향 노래비(제목: 주봉산)를 보고, 망향비를 보다. 포탄리, 함암리, 명오리, 호운리, 사기리. 서운리와 함께 물에 잠긴 이웃 마을들. 모두가 물에 잠겼고, 서운리 '일부가 마을 언덕'으로 옮겨 살고 있는 셈이다. 서운리 마을 끝에서 임도로 들어서다. 흐드러져 눈부시는 벚나무, 흩날리는 꽃비, 서서히 신록을 채..
2021.04.08 -
추억[충주 수주강변길]
카톡! 카톡! 엊그제, 참으로 오랜만에, 참으로 멀리에서 오는 카톡을 받았다. 30여 년 감감무소식에 간 곳을 모르던 친구. 야,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이냐. 그래, 반갑다. 진짜 오래간만이다. 미안하다. 어디냐. 잘 지내고 있지. 내년 초에 귀국한다. 그때는 볼 수 있는 거냐. 그럼. 건강해라. 함께 졸업한 애들이 50명은 되었던가. 조그마한 산골 국민학교(초등학교), 동창 녀석 하나. 남자애들 모두 제대하고 난 어느 동창회 때, 부산에서 올라왔었지. 그러고 나서 2~3년 지난 다음부터 연락 두절. 형제들도, 사촌들도, 그 누구와도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배를 탄다던가, 어렴풋한 짐작이 있는 정도였다. 수주 강 건너 자사골에 살던 친구. 2021년 4월 5일 월요일. 오후에 잠깐, 수주 강변을 걷는다...
2021.04.05 -
개발[충주 안심마을길]
충주 시내 건물 숲이 가깝게, 훤히 내려다보이는 계명산 기슭. 사과마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수원이 많고, 과수원 길이 이리 갈라지고 저리 만나는 마을. 충주시 안림동 안심마을. '안심'마을의 '안'과 '어림'마을의 '림', 해서 '안림동'이라 했을 만큼 큰 마을이다. 충주 사과야 옛날부터 유명한 거고, 복숭아나무도 있고, 배, 매실, 포도, 대추, 호두, 또다른 과일 나무도 더러 보인다. 보리밭도 있고,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수확하는 손길도 있다. ○○농원, □□농원 등. 예쁜 사진을 곁들인 간판들이 보인다. 시멘트 기둥에 글씨를 새긴 것들은 보다 오래된 것들이다. 2021년 3월 8일 월요일. 안심마을 과수원 길을 걷는다. 집에서 가까워서 가끔 산책 삼아 찾는 길이다. 빛나는 아침 햇살 풋풋한 바..
2021.03.08 -
미원의 동쪽[청주 미동산]
청주시 미원면 소재지 동쪽에 있는 산. 미원리 동쪽에 있다고 해서 미동산이란다. 골짜기에 미동산수목원을 품고 있다. 2021년 2월 10일 수요일. 모레가 설날이지만, 가족 모임을 포함하여 5인 이상은 절대로 모이지 말란다. 1년을 넘기도록 코로나19 난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청주 미동산으로 간다. 수목원 정문을 들어서면서 오른쪽 산등성이로 길을 잡는다. 산길이 단정하다. 아, 여기. 새매에게 당했는가. 갓 뽑힌 듯한 꿩의 깃털이 한 군데 모여 있다. 순식간에 잡혀서 먹이가 됐을 가엾은 생명. 생생한 약육강식의 현장이다. 재미있는 팻말도 보인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미동산 쓰레기들. 높지 않은 산(557.5)이지만 조망이 좋다. 속리산 쪽으로는 멀리멀리 ..
2021.02.10 -
금봉산 둘레 한바퀴[충주]
2021년 1월 12일. 아침 최저 영하 16도. 낮부터 날씨가 풀린다고 했다. 그래, 나가 보자. 물병을 하나 들고, 김밥 한 줄은 주머니에 넣는다. 엊그제는 계명산 둘레를 한 바퀴 돌았고, 오늘은 남산 쪽으로 간다. 집-안림사거리-마즈막재-요각골-진의실-진의실재-재오개-성재-석종사-범바위-금봉대로-안림사거리-집. 20.12Km 안림동에서 마즈막재를 넘어 왼쪽으로는 종민동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목벌동이다. 고개 왼쪽은 계명산이고, 오른쪽은 남산(금봉산)이다. 마즈막재는, 옛날에, 충주에서 남한강을 통하여 청풍-단양을 지나 죽령을 넘나들거나 송계-미륵리를 거쳐 하늘재 너머 영남 지방으로 오가는 아주 중요한 길목이었고, 죄수들이 이 고개를 넘어와 충주 감영에 갇히면 살아서 돌아가기 어려웠다고 한다. 계명산..
2021.01.12 -
계명산 둘레 한 바퀴[충주]
20년 1월 9일 토요일. 연 사흘째 이어지는 소한 추위가 매섭다. 대한이 소한네 집에 놀러왔다가 얼어죽었다고 말하는 소한 추위. 오늘도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 낮 최고가 영하 9도. 망설이다가 현관문을 연다. 지난주엔 충주 시내 둘레를 걸었고, 오늘은 계명산 둘레를 한 바퀴 돈다. 충주 시내 동쪽에 우뚝 솟은 계명산(774). 시내 뒷산인 셈이다. 충주의 진산이라고도 한다. 산 너머 남한강에 충주댐이 있다. 길은 뻔하다. 전에 도보사랑 도반들과도 함께 걸었었지. 오늘은 이렇게 걷는다. 집-무불통삼거리-금릉초-참빛도시가스-목행공원묘원-학골-절골(나무숲길캠핑장)-용곡-사래실-고개(큰재)-민마루/범동-하종-상종-종뎅이길 입구-마즈막재-안심 마을-금봉대로(푸르지오 앞)-무불통삼거리-집. 26.40Km. 그..
2021.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