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상의 표정[괴산 각연사]

2025. 5. 6. 10:13충청

2025년 5월 5일 월요일. 오후에 비 예보가 있지만, 구름이 좀 낀 하늘에 햇빛이 비친다. 푸르른 5월,  온 천지에 싱그럽고 맑은 기운이 넘친다.

각연사 입구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태성리 산골짝 깊은 곳에 있는 각연사.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꾸역꾸역 몰려드는 차량과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각연사 비로전 앞마당 왼쪽에 보리자나무

연등이 주렁주렁, 비로전 앞마당에서는 봉축식에 이어 산사 음악회가 열리고, 공양간에서도 일손이 분주하다.

약수로 목을 축이고, 이리저리 서성이고, 비로전 앞마당 보리자나무를 올려다보고, 행사장을 기웃거리고, 점심 공양을 하고, 산속을 헤집어 유물들을 찾아본다. 각연사 귀부, 통일대사탑비, 통일대사탑.

세 유물은 절집에서는 보이지 않는 산속에 있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통일대사탑. 가파른 산등성이만 해도 1Km가 넘는 거리, 보개산 마루 턱밑에 있다. 싱그러운 신록의 바다에 빠져 맑은 산 기운에 흠뻑 젖는다. 산사 음악회 맑고 아름다운 음률이 바람결처럼 몸에 와 감긴다.

각연사: 신라 법흥왕 때 어느 스님이 칠보산 아래 쌍곡 어디쯤에 절집을 지으려고 목재를 다듬고 있었다. 까마귀가 한 마리가 자꾸만 나무 조각을 물고 가기에 이상하게 여겨 따라가 보니, 산 너머 골짜기 연못 속에다 나무 조각을 떨어뜨린다. 연못 속을 살펴보니 물속에 석불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覺有佛於淵中. 연못 속에 부처가 있어 깨닫고 거기에다 절을 세웠다. 그랬다고 한다.

각연사 귀부

괴산 각연사 석조 귀부: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212호. 받침석과 하나의 돌에 조각되었고, 거북이의 목과 머리, 등 위에 있었을 비석은 없어진 상태이다. 조각 솜씨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고려 전기에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한다.

통일대사탑비

통일대사탑비: 보물 제1295호.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되었으나 비문의 글씨는 거의 마멸된 상태이다. 신라 말에서 고려 초기 작품의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고려 광종 때 건립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통일대사탑

통일대사탑: 보물 제1370호. 탑의 주인공 통일대사는 고려 광종 때 승려라고 한다. 무너진 탑이 1965년에 발견되었고, 1982년에 흩어진 부재를 찾아 복원하였다고 한다.

비로전 안에 있는 석조비로자나불 또한 보물로 지정된 유물이다. 제433호.

비로전 뒤쪽에 줄지어 앉았던 나한상들을 찾으니, 무슨 공사를 하는 것인지 한쪽으로 치워져 있다. 저 나한들도 지금 한국의 졍치 상황을 보고 있는가.

뜬금없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이 파면되었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 날짜가 정해졌고, 가장 유력한 후보의 출마 자격 여부가 법원의 태도와 판결에 달린 상황이 벌어지고, 파면된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던 국무총리가 사표를 던지고 선거판에 뛰어들었고, 여당이었던 당에서 자당의 후보가 미덥지 못한 듯 그 후보와의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현실.

저 나한상들의 표정에 담긴 의미는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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