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계명산 기슭]

2025. 4. 4. 13:45충청

負且乘 致寇至

아득하게 먼 옛날
어느 성인이 이런 글을 남기셨다.
괴나리봇짐이면 딱 어울릴 놈이
수레를 타고 길을 가니 도둑놈들이 찾아든다.

21세기 오늘날에도 그렇고
먼 훗날에도 그러리라.

鼎折足 覆公餗 其形渥 凶

성인은 이런 글도 남기셨다.
귀한 그릇에 귀한 음식을 담아 가지고 가다가
삐끗하여 그릇을 엎지르니 그 몰골이 흉하다.

德薄而位尊
知小而謨大
力小而任重
鮮不及矣

한 성인이 이런 글을 덧붙이셨다.
덕이 얄팍한 놈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어설픈 지혜로 큰일을 도모하고
딸리는 힘으로 무거운 짐을 맡게 되면
재앙이 따르지 않을 수 없으리라.

21세기 오늘날에도 그렇고
먼 훗날에도 그러리라.

2025년 4월 4일 금요일
오전 11시 22분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2017년 3월에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되었고
8년이 지난 오늘 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박봇짐 수레를 보고 몰려든 무리는
윤봇짐 수레를 보고 달려든 무리는
어떤 판을 벌였던가.

헌법재판 생중계 방송을 보고 나서
간단한 요기를 마치고
집에서 가까운 계명산 기슭을 걷다가
따사로운 봄볕 아래 앉았다.

미세먼지가 좀 끼었지만
하늘이 맑고 햇빛이 눈부시다.
개나리 진달래 매화 할미꽃
온갖 꽃이 피고 지고 가지마다 움이 튼다.

끔찍한 초대형 산불이 나고
흉한 흔적을 한동안 남기곤 하지만
하늘에 맑은 해가 떠오르고
산천초목에 푸른 기운이 삐죽삐죽

이렇게
2025년 봄날은 간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변하고 통하면서
끊임없이 흐르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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