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117)
-
불일폭포[지리산]
2023년 3월 13일 월요일. 지리산 불일폭포를 보다. 섬진강 강가에 자리잡은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거스르는 '십리벚꽃길'을 지나면 쌍계사, 쌍계사에서 3Km쯤 산길을 기어오르면 기가 막히게 산세 험하고, 은밀한 곳에 폭포가 있다. 길이가 60m쯤 된다던가. 한창 가문 철이기에 혹시나 했었지만, 전혀 실망스럽지 않을 만큼, 힘찬 물줄기가 길게 떨어지고 있다. 이리저리 바위에 부딪히며, 하얗게 부서지고, 연기처럼 피어오르면서, 쉼 없이 떨어지고 있다.불일폭포: 용이 승천하면서 꼬리로 살짝 쳐서 청학봉, 백학봉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물이 흘러 폭포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고려 희종 때, 이 근처에서 수도하였던 보조국사 지눌이 입적한 후, 왕이 '불일보조'라는 시호를 내렸고, 그 후, 지눌이 수도하던 암..
2023.03.13 -
칠선계곡[지리산]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즐기는 일곱 선녀들이 벗어 놓은 옷을 곰이 훔쳤다. 나뭇가지인가 하고 걸어 놓았는데, 그게 아니라 사향노루의 뿔이었다. 선녀들이 옷을 찾느라고 헤매는 것을 본 사향노루가 옷을 돌려주었다. 그리하여 일곱 선녀는 무사히 하늘로 올라갔다. 하늘에 오른 선녀들은, 옷을 찾아 준 사향노루를 칠선계곡에 살게 하고, 옷을 감춘 곰을 이웃에 있는 국골로 내쫓았다. 2022년 10월 6일 목요일. 08:30 탐방지원센터 앞, 추성주차장에 모여 준비 운동을 하고, 삼층폭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걸음을 시작한다. 가이드 둘을 포함하여 모두 여덟 명. 초반 오르막이 만만찮다. 두지동 마을을 지난 어디쯤에서 두 명이 하차, 여섯이 간다. 두지동 고개에서 산의 품을 바라보면서부터 가슴이 설렌다. 두지동: ..
2022.10.06 -
화림동계곡[함양]
화림동계곡은 경상남도 함양군에 있다. 남덕유산에서부터 흘러오는 물 이름은 '금천'으로 남강의 상류이다. 냇바닥에는 기기묘묘한 바위가 널려 있고, 물과 바위가 그림처럼 어우러지는 곳곳마다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농월정 등 오래된 정자들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고쳐 짓고, 새로 짓고, 하였단다. 요새 사람들이 지은 정자들도 있다. 2022년 10월 5일 수요일. 안의버스터미널에서 서상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봉전에서 내리니, 길옆에 물이고, 물가에 거연정이다. 물과 바위와 정자와 나무가 어울려 한 풍경을 이루고, 주변 산세와 흰구름 떠 있는 파란 하늘이 그 풍경을 돕는다. '선비문화탐방로'란 이름이 붙은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물과 함께 흐르면서 물가 숲속으로 이어진다. 물은 처음..
2022.10.05 -
여행이란 이런 것[영주 봉황산]
영주 부석사 일주문 현판에는 太白山浮石寺(태백산부석사) 범종루 현판에는 鳳凰山浮石寺(봉황산부석사) 크게 보아 태백산 자락이고, 절집을 품고 있는 봉우리 이름이 '봉황산'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고치령을 기준으로 동쪽이 태백, 서쪽이 소백이라고 한다. 봉황산(부석사)은 소백산에 가까이 위치하지만, 그 줄기가 태백과 연결이 된다는 얘기다. 2022년 8월 24일 수요일. 봉황산에 오르기 위해 부석사를 찾았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은행나무길 푸른빛이 맑고 깨끗하다. 열매는 벌써 노란빛을 준비하는가.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을 지나고, 범종루를 지나고, 안양루 아래 불이문(안양문)을 지나는 아주 가파른 길. 깊은숨을 몰아쉰다. 무량수전 마당에 올라서서 숨을 고르면서 어슬렁거린다. 세속을 벗어나 극락에 온 것..
2022.08.24 -
이런대로 저런대로[경주 구미산]
사람 마음 속에 있는 하느님을 잘 모시라. 侍天主 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 事人如天 사람이 곧 하늘이다. 人乃天 2021년 12월 2일 목요일. 경주 구미산(594)을 걷는다. 용담정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올라가 산마루를 거쳐 오른쪽으로 내려와 처음 그 자리로 오는 길. 이어서 골짜로 들어서서 용담정을 둘러본다. 가랑잎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길. 저벅저벅 소리가 난다. 바람결이 제법 쌀쌀하다. 겨울이 온 것이다. 용담정: 동학의 시조인 수운 최재우가 도[無極大道]를 깨친 곳으로 천도교 제일의 성지. 수운의 부친이 학사로 사용하던 곳이었고, 지금의 건물은 천도교 신도들이 성금을 모아 1975년에 준공한 것이라고 한다. 천도교는 손병희가 동학을 모태로 창시하였다고 한다. 손병희는 최제우의 시천주 사상과 최시..
2021.12.02 -
정양늪과 대야성[합천]
2021년 11월 19일 금요일. 합천 정양늪 둘레를 한 바퀴 돌고, 2Km가 채 안되는 거리에 있는 대야성 산성터에 오르고, 황강마실길을 걷다. 서서히 아침 안개를 벗고 있는 정양늪 풍경에선 신비로운 기운이 번진다. 황강에 흐르는 물과 모래는 어쩌면 저리 맑고 깨끗한 것인가. 정양늪 둘레에선 장군의 주먹과 발자국 바위 전설이, 대야성 아래 황강 물가에선 함벽루가 한몫 끼어든다. 정양늪: 황강으로 흘러드는 아천의 배후 습지. 금개구리, 수달, 모래주사 등 희귀 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포늪에 버금가는 생태적 가치가 인정되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대야성: 부족국가 시절 변한 땅이었다가 대가야에 병합되었고, 큰 고을이라는 뜻으로 '대야성'이라고 했단다. 후에 신라 땅이 되었고, 백제의 칩입을 ..
2021.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