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4. 22:29ㆍ경상
영주 부석사
일주문 현판에는 太白山浮石寺(태백산부석사)
범종루 현판에는 鳳凰山浮石寺(봉황산부석사)
크게 보아 태백산 자락이고, 절집을 품고 있는 봉우리 이름이 '봉황산'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고치령을 기준으로 동쪽이 태백, 서쪽이 소백이라고 한다. 봉황산(부석사)은 소백산에 가까이 위치하지만, 그 줄기가 태백과 연결이 된다는 얘기다.
2022년 8월 24일 수요일. 봉황산에 오르기 위해 부석사를 찾았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은행나무길 푸른빛이 맑고 깨끗하다. 열매는 벌써 노란빛을 준비하는가.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을 지나고, 범종루를 지나고, 안양루 아래 불이문(안양문)을 지나는 아주 가파른 길. 깊은숨을 몰아쉰다. 무량수전 마당에 올라서서 숨을 고르면서 어슬렁거린다. 세속을 벗어나 극락에 온 것이다. 여기서는 부처와 내가 둘이 아니란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화재이고, 배흘림기둥의 건축미를 극찬한 어느 답사기로 해서 더 유명해진 터. 문화 해설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 조용조용 사찰의 내력을 주고받는 사람들, 요모조모 절집을 꼼꼼히 살피는 사람들, 절집 여기저기와 주변 산세와 먼 산과 먼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절집 뒷산을 오르기 위해서 온 나는 산으로 오르는 길을 찾느라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다. 좁은 마당 가에는 푸른 잎 무성한 나무에 노란 열매가 점점이 열렸다. 돌배인가 하다 보니, 열매 크기가 어린아이 주먹만하다. 재래종 참배인가?
조사당에서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아무리 살펴 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응진전 쪽으로도 마찬가지다. 몇 사람 붙잡고 물어 보아도 모른단다. 왔다, 갔다, 갔다, 왔다. 어찌할거나.
저기 저 능선으로 올라서면 될 것 같다. 풀숲을 헤치고, 어찌어찌해서 올라선 능선에 과연 어엿한 산길이 있다. 길은 가파르고 젖어 있다. 요즘 비가 잦은 탓이다. 인적 없는 산길에서 땀을 흘린다. 시원한 산바람을 즐긴다. 2~3Km쯤 될까. 그렇게 올라선 봉우리에 보도블럭 하나가, 버려진 듯 반쯤은 누워 있다. 희미하게 '봉황산', 겨우 읽을 만하다.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숨을 고른다. 이쪽저쪽 방향을 가늠해 보다가 되돌아 내려온다.
온통 우거진 숲속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물소리가 들린다. 뭔가 이상하다. 올라올 땐 물소리가 들릴 리 없는 길이었는데. 일단 내려서서 보자.
산 밑 작은 도랑을 건너니 산속 과수원에 이어 산골 마을이 나타난다. 부석사로 243번길. 북지리 갓띠 마을. 좀 전에, 도랑을 거너자마자 전자 지도를 열어 봤을 때, 부석사까지 3.3Km. 산골 마을 풍경, 비탈진 과수원 풍경, 농작물 풍경, 포장되어 가늘게 이어지는 시골길, 언덕길, 작은 고갯마루와 그 양옆에 서 있는 키 큰 소나무 등.
한 바퀴 돌아오는 길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좋은 길이다. 7.77Km. 산골 식당 늦은 점심 비빔밥과 청국장은 꿀맛이고, 거저나 다름없이 저렴한 과수원 햇사과 또한 꿀사과다. 그래,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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