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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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의 모정[창녕 개비리길 ]
개: 강(가) / 개(누렁이) 비리: 벼루, 벼랑 개비리길: 강가 절벽에 있는 길 / 개(누렁이)가 찾아낸 길. 2021년 4월 26일 월요일. 경상남도 창녕군 남지읍 개비리길을 걷다. 남지읍 영아지마을에서 용산리에 이르는, 낙동강 가 벼랑길. 마분산 벼랑이다. 먼저, 용산리에서 마분산 산등성이로 길을 잡는다. 개비리길이 생기기 전에, 영아지마을과 용산리를 오가던 길이라고 한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남강, 꽤 널찍하고 잘 정비된 수변 공원, 푸른빛 번지는 산과 들. 맑은 하늘 아래 맑은 풍경이 좌~악 펼쳐진다. 저 남강 물은 함양, 산청, 진주, 의령, 함안 지역을 이리저리 누비면서 흘러와 저렇게 낙동강 물과 어울려 하나가 되고 있다. 여기는 창녕군, 저 건너 남강 왼쪽은 함안, ..
2021.04.26 -
산골짝이든 바닷가든[마산 무학산]
고려 중엽, 마산 포구 이씨 집안에 편모슬하에 열일곱 살 큰딸과 둘째 딸, 막내아들이 살고 있었다. 어머니가 고질병으로 눕게 되자 살길이 막막해졌다. 고개 너머 감천골 천석꾼 윤 진사에게는 반신불수 벙어리 아들이 있었다. 윤 진사가 큰딸을 며느리로 욕심을 낸다. 어머니는 한사코 만류하나, 큰딸은 가족의 생계와 어머니의 병환 걱정에 그예 시집을 간다.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혹한 시집살이를 하는 큰딸. 삼 년만에 남편과 함께 친정 나들이에 나선다. 고갯마루에서, 남편은 자신의 흉한 모습을 처가에 보여주기 싫다면서 아내의 등을 떠민다. 친정은 시댁의 도움으로 살림이 넉넉해졌고, 어머니의 병환도 완쾌되었다. 아내가 고갯마루에 되돌아와 보니, 남편은 머리를 바위에 부딪쳐 피범벅이 되어 죽어 있다. 큰딸은..
2021.04.01 -
문소루 그리고 남대천[의성]
문소루: 문소(聞韶)는 의성의 옛 이름. 고려 중엽에 지은 문소루는 몇 차례 소실과 중건을 거치다가 6.25 때 폭격으로 박살났으며, 지금의 것은 1982년에 자리를 옮겨 복원한 것이라고, 옆에 서 있는 문소루중건기념비에 적혀 있다.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안동 영호루와 함께 영남 4대루로 일컫는다. 복원된 지 불과 40년이고, 규모는 넷 중 가장 작지만, 창건 연대는 가장 앞선다나. 2021년 3월 25일 목요일. 의성군 의성읍 구봉산 한쪽 언덕에 날아갈듯 서 있는 문소루에 오르다. 이어서 산등성이를 걷는다. 야트막한 산 바로 아래는 남대천이다. 살짝살짝 오르내리는 산등성이에 잘 나 있는 길. 소망의 탑 등 몇몇 기념물과 안내문, 의자 등 편의 시설, 체육 시설, 이정표가 있고, 노랗게 꽃을 피운..
2021.03.25 -
돌담길 그리고 석굴암[군위 한밤마을]
밤이 길어서 한밤. '한밤'의 '한'은 '크다, 많다'는 뜻을 가진 옛말. 이걸 한자로 표기한 것이 一 , 大. 밤을 훈차한 것이 夜, 栗. 따라서 一夜(일야), 大夜(대야), 大栗(대율)은 '한밤'을 이두 식으로 적은 것. 서기 950년쯤부터는 大栗로 적었단다. 2021년 3월 18일 목요일. 한밤마을 골목길을 걷는다. 거의 모든 집들이 돌담을 두르고 있다. 텃밭들도 모두 돌담에 갇혔다. 이리 가도 돌담, 저리 가도 돌담이다. 넓은 곳이라야 승용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 양옆으로 돌담이 이어진다. 오래된 기와집도 새로 지은 시멘트 집도 돌담을 둘렀다. 집을 새로 지을 때 돌담이 다치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했을 모습들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세상에나, 작지 않은 마을 집집마다 텃밭마다 모두 이..
2021.03.18 -
화산마을 가는 길[군위]
헤매021년 1월 30일 토요일. 경상북도 군위군 인각사 주차장. 트럭에서 내리는 중년에게 길을 묻는다. 화산산성이요? 여기서 가는 길은 없어요. 저쪽으로 돌아서 가야 합니다. 아니요, 걸어서 가는 길이요. 그럼 저기 보이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골짜기로 들어가면 됩니다. 그쪽 동네에서 다시 물어 보세요. 고맙습니다. 화수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골짜기로 접어든다. 고갯마루를 넘어서니 마을길이 두엇으로 갈라진다. 어디로 가야 하나. 두리번두리번 방향을 더듬어 본다. 그래, 확실하게, 물어보자. 말소리를 따라 어느 집 안마당으로 들어서서, 할아버지께 여쭙는다. 거기 돼지가 많아 위험한데. 이리 와봐. 저 건너 언덕에 절이 보이지? 거기서 오른쪽 산등성이를 타고 가면 돼. 가다 보면 마을이 나오고, 거기서 물어..
2021.01.30 -
하늘자락길[예천 어림산성/어림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또다시 야단이다. 하루 확진자 수가 연일 300을 훌쩍 넘어서 400을 바라본다. 모두가 3차 대유행을 걱정한다. 걱정을 안 할 수가 있으랴. 2020년 11월 21일 토요일. 두 건의 예식엔 계좌 이체와 전화로 축하 인사를 한 마당이다. 핑곗거리이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새로운 문화가 되는 건 아닌지. 길을 나서면서, 결혼식 풍속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내지리 용문사 삼거리.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안골 쪽 길 사정이 어떠려나. 아니지. 아는 길도 물어 간다지 않은가. 어림산성이요. 어림호? 아, 상부댐. 이쪽으로 올라가는 게 좋아요. 안골 쪽은 길이 희미하고 복잡해요. 더구나 초행이라면. 내려올 때는 어렵지 않게 길을 잡을 수 있을 ..
2020.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