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근곡[경주 오봉산]
2021. 6. 23. 23:36ㆍ경상
서기 636년, 경주 서쪽에 있는 영묘사 앞 옥문지(玉門池)에서 두꺼비(개구리) 우는 소리가 요란했다. 선덕여왕이 말하기를, 두꺼비(개구리)의 눈은 성난 것처럼 생겼다, 병란의 조짐이다. 분명 적이 침입했을 것이다. 옥문(玉門)은 여근(女根)을 이르는 말이다. 여근 속에 들어온 남근(적군)이 얼마나 힘을 쓰랴. 왕명을 받은 알천, 팔탄 두 장수가 2,000여 군사를 이끌고 여근곡에 매복한 적군(백제 군)을 무찔렀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선덕여왕 지기삼사 전설 중 하나.
2021년 6월 23일 수요일. 골짜기 앞에 와서 찬찬히 살피며 바라다보니 정말 그럴듯하다. 여근곡을 거쳐 오봉산을 걷는다. 여근곡 주차장-유학사-옥문지-부산성-주사암-마당바위-주사굴-오봉산(685)-산길-임도-산길-유학사-주차장
경주시 건천읍 신평리. 여근곡에 들어서자마자 유학사가 나타나고, 절집을 지나 두어 걸음을 옮기니 옥문지 터를 알리는 팻말이 서 있다. 둥근 쟁반 크기 돌담 안에서 간신히 솟아나는 물줄기가 주변 땅을 적신다.
길은 가파른 산비알을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그렇게 올라선 산등성이는 부산성 성곽의 일부인 셈인데 흔적은 희미하고, 숲길은 간밤 비이슬에 젖었다. 수줍은 듯 아닌 듯 땅나리가 반갑고, 중나리가 반갑다. 여름철 산에서 만나는 꽃. 예쁘다.
부산성(富山城): 경주시 건천읍 오봉산(주사산)에 있는 포곡식 산성. 둘레 4,977m. 주산산성이라고도 한다. 경주 서쪽에 있으며, 백제 군사가 오봉산을 넘어 옥문곡(여근곡)까지 침입한 일이 있은 후에, 도성을 방어하기 위해 쌓았다고 한다. 사적 제25호.
오봉산 꼭대기 바로 밑에 주사암이 있고, 몇 발짝 거리에 마당바위가 있고, 산꼭대기를 두르는 길을 따라가니 주사굴이 있다. 각각의 내력을 알리는 설명문을 세워 두었다.
주사암: 신라 문무왕 때(663) 의상대사가 창건한 주암사가 있던 자리에, 임진왜란 때 사명대사 유정이 중창하여 주사암이라고 하였다.
마당바위: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1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바위 마당이 있다. 김유신 장군이 바위 위에 쌓아 둔 보리로 술을 빚어 군사들에게 먹였다는 전설이 있다.
주사굴: 신라 때 노승이 기거하면서 밤마다 궁녀들을 데려다가 희롱하매 임금이 군사를 동원하여 굴을 에워쌌다. 노승이 주문을 외니 수많은 신병이 나타나 노승을 보호하였다. 임금이, 부처님이 노승을 보호한다는 것을 깨닫고, 국사로 모시고, 굴 옆에 절집을 지어 주었다.
주사암에 들어서는 나그네를 하얀 개 한 마리가 조용히 바라본다. 마당바위로 가는 나그네를 살랑살랑 따른다. 낭떠러지 끝 허공과 건너편 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바위 마당 그럴 듯한 곳에 멈춰서 폼을 잡는다. 나그네는 주사굴 쪽으로 길을 잡고, 하얀 개는 절집으로 간다. 여근곡 숲속을 헤집던 나그네는 건천읍 지인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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