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루 그리고 남대천[의성]

2021. 3. 25. 21:39경상





문소루: 문소(聞韶)는 의성의 옛 이름. 고려 중엽에 지은 문소루는 몇 차례 소실과 중건을 거치다가 6.25 때 폭격으로 박살났으며, 지금의 것은 1982년에 자리를 옮겨 복원한 것이라고, 옆에 서 있는 문소루중건기념비에 적혀 있다.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안동 영호루와 함께 영남 4대루로 일컫는다. 복원된 지 불과 40년이고, 규모는 넷 중 가장 작지만, 창건 연대는 가장 앞선다나.

2021년 3월 25일 목요일. 의성군 의성읍 구봉산 한쪽 언덕에 날아갈듯 서 있는 문소루에 오르다. 이어서 산등성이를 걷는다. 야트막한  산 바로 아래는 남대천이다. 살짝살짝 오르내리는 산등성이에 잘 나 있는 길. 소망의 탑 등 몇몇 기념물과 안내문, 의자 등 편의 시설, 체육 시설, 이정표가 있고, 노랗게 꽃을 피운 생강나무가 눈에 띄고, 내 건너에 터를 잡은 의성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읍내 사람들 사랑을 받기에 충분하리라.

봉의정을 지나 잠깐만에 내려선 냇가에서, 다리를 건너 원점으로 가는 대신 상류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냇바닥엔 아직 우거져 마른 풀숲이지만, 실버들 가지엔 푸른 기운이 안개처럼 피어난다. 냉이꽃이 하얗고, 앉은뱅이 민들레가 노랗게 반짝인다. 앉아 살펴보니 모두가 토종이다. 과수나무를 손보고, 거름을 내는 농부들의 일손이 봄을 맞는다.

오로리 뒷산이 예쁘다. 혹 금성산이 아닐까. 방향으로 보아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한참만에 사람을 만나 물어보니 그렇단다. 그런데 확신하는 모습은 아니다. 수정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산성을 따라 올랐었지. 말굽처럼 휘어지는 산등성이를 따라 비봉산으로 이어지는 산길. 말굽 안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가서 수정사라는 절집도 구경했었지. 허나, 아무래도 미심쩍다. 꼼꼼히 따져보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스마트폰 지도를 살펴본다. 아, 저건 오토산일 것 같은데, 확인해 볼 사람을 만날 수가 없다. 하하. 알량한 소견으로 함부로 아는 체를 하랴.

오로리에서 다리를 건너 읍내를 향한다. 파릇파릇한 마늘밭이 좌~악 펼쳐진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의성 마늘.

읍내 입구 물가 버드나무 옆에 자라바위가 있고, 설명문이 있다. 조선시대, 의성현의 남쪽에 불을 뿜던 화산인 금성산이 있는 까닭으로 화재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남대천 물가에 자라바위를 설치하고,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제사를 올렸다는 설명문. 화강암으로 모양을 낸 받침돌 위에 앉은 자라바위는 자연적인 형상이 아니라 돌을 깎아 모양을 만든 것으로 좀 큰 솥뚜껑만이나 할까. 의성읍둘레길 이정표가 보인다.

마늘밭 사잇길 잠깐만에 의성 읍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지원청, 경찰서, 농협, 우체국, 의성역, 상점 간판들, 자동차 도로와 골목길. 그리고 재래시장. 시장통 허름한 밥집에 앉아 국밥 한 그릇 하고 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남대천 물가를 걸었고, 읍내를 잠깐 걸었다. 11.02Km. 하긴 읍내도 물가인 셈이지. 마침 제철을 막 지나고 있는 산수유 마을에 잠깐 들른다. 엄청나게 많은 산수유 나무들. 온통 노란 세상이다. 이어서 금성산 고분군을 대충 둘러보고, 경덕왕릉 전설을 듣는다.

조문국 경덕왕릉: 조문국은 지금 의성 지역에 있었던 삼한시대 부족국가. 의성군 금성면에 박물관을 거느린 금성산 고분군이 있고, 거기에 조문국 경덕왕릉이 있다. 조선 숙종 때 사람 허미수의 문집에 전설이 실려 있다고 한다. 오극겸이라는 사람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났다. 나는 조문국 경덕왕이다. 너의 외밭 원두막이 나의 능 위에 있다. 빨리 철거하여라. 한 줄 글을 남기고 사라진다. 꿈을 깨어 보니, 꿈속 노인이 준 글이 자기 등 위에 쓰여 있는게 아닌가. 현령께 고하고, 유지들과 의논하여 봉분을 만들었다. 지금도 매년 봄에 제사를 올린다고 한다. 이웃 금성산에 있는 산성도 조문국 때 쌓은 것이라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