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자락길[예천 어림산성/어림호]

2020. 11. 21. 21:57경상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또다시 야단이다. 하루 확진자 수가 연일 300을 훌쩍 넘어서 400을 바라본다. 모두가 3차 대유행을 걱정한다. 걱정을 안 할 수가 있으랴.

2020년 11월 21일 토요일. 두 건의 예식엔 계좌 이체와 전화로 축하 인사를 한 마당이다. 핑곗거리이기도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새로운 문화가 되는 건 아닌지. 길을 나서면서, 결혼식 풍속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경상북도 예천군 용문면 내지리 용문사 삼거리.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안골 쪽 길 사정이 어떠려나. 아니지. 아는 길도 물어 간다지 않은가.

어림산성이요. 어림호? 아, 상부댐. 이쪽으로 올라가는 게 좋아요. 안골 쪽은 길이 희미하고 복잡해요. 더구나 초행이라면. 내려올 때는 어렵지 않게 길을 잡을 수 있을 거요. 마침 바깥마당을 서성이시던 길갓집 아저씨께서 아주 친절하게 일러 주신다. 고맙습니다.

어림산성: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과 싸우던 때 왔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 조선 전기 이후 버려졌던 것을 2002년 양수 발전소 상부댐을 만들면서 일부를 복원하였고, 댐 이름을 어림호라고 했다.

삼거리에서 4~5Km쯤. 굽이도는 자동차 도로를 걸어 오른다. 중간에 마을이 있다. 사내골. 아스팔트 길이 지나가고 있으나 엄청난 산골 마을이다. 휴일에 고향집을 찾았을 승용차가 보이고, 낡은 빈집이 보인다. 빨간 홍시가 주렁주렁한 감나무 옆에 꺼메진 고욤이 잔뜩 붙어 있는 고욤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가끔씩 도로를 기어오르는 승용차들은 어림호와 하늘 전망대를 찾는 사람들이 분명할 터.

느긋한 걸음으로 올라선 곳에 저수지가 있고, 복원된 산성 서남문이 있다. 아득한 옛날 산성 터에 화산 분화구처럼 커다란 웅덩이를 파 놓고, 저 아래서 끌어올린 물을 가둬 놓았다. 하부댐으로 흘리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저수지를 둘러싼 산등성이에 3Km쯤 되는 둘레길이 있고, 전망대가 있다. 하늘자락길이고, 소백산 하늘 전망대다. 길지 않은 산등성이에 솟은 장군봉이 해발 800이란다.

전망대에서 두어 발짝 거리에 하늘자락공원이 있고, 마른 잡초에 덮인 치유의 길이 있다. 이어 안골로 이어지는 길이다. 당산나무를 지나 마을 공터. 안골 마을 공터에서 용문사까지는 1Km쯤. 전에 금당실 마을 옛 한옥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다녀갔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대충 둘러본다.

다시 삼거리. 아까 그 아저씨가 또 나와 계신다. 안녕히 계세요.

예천군 용문면 내지리 용문사 삼거리-사내골-어림산성/어림호(양수발전소 상부댐)-소백산 하늘 전망대-하늘자락공원-안골/용문사-삼거리/15.0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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