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산-거망산-용추계곡

2020. 3. 14. 22:34경상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에도 용추폭포가 있고, 용추계곡이 있다. 용추계곡을 말굽 모양으로 감싸는 산줄기에 명산 넷이 있으니, 상류를 향하여 오른쪽에 기백산(1,331)과 금원산(1,353)이 있고, 왼쪽에 황석산(1,192)과 거망산(1,184)이 있다. 기백산-금원산엔 어느 여름 쏟아붓는 장맛비를 맞으면서 오른 적이 있고, 2020년 3월 14일 토요일, 오늘, 쏟아지는 봄볕을 즐기면서 황석산-거망산에 오른다. 유동 마을-황석산-거망산-지장골-용추폭포-장수사 일주문-용소-꺽지소-매산나 소/매바위-삼형제바위-연암물레방아-심원정-유동마을. 16Km쯤.

 

황석산 꼭대기에는 커다란 바윗덩들이 수북이 쌓여 있고, 양옆으로 옛 산성이 복원된 모습이다. 꼭 저렇게 할 것까지야, 하면서도 보기에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 황석산 정상 표지는 무더기 바위 중 하나에 붙어 있다.

 

가파른 내리막은 잠깐, 거망산까지 순한 산길이 호젓해서 좋다. 싸리나무 숲이 인상적이고, 산죽밭이 예쁘고, 철쭉나무들도 보인다. 거망산에서 용추계곡으로 이어지는 지장골에선 바윗돌을 징검징검 몇 번이나 물을 건넜던가. 기운차게 부서지는 하얀 물소리에 얼마나 젖었던가.

 

지장골 끝에서 그예 발을 벗고 물을 건넌 다음부터는 포장도로다. 도로는 물과 나란히 간다. 용추폭포에는 금식 기도 108일을 하루 앞두고, 용이 된다는 기쁨에 하늘로 치솟다가 벼락을 맞은 이무기 전설이 있고, 꺽지소에는 황소를 잡아먹는 꺽지가 살고 있단다. 충주시 수주강 귓돌바위 밑에 사는 커다란 쏘가리는 갓을 쓰고 다닌다던데. ㅎㅎ. 매산나 소 건너편에는 매와 꼭 닮은 매바위가 있고, 사람들이 소(沼)를 지나다가 바위를 보면서 '매산나' 하고 외쳤단다. 매가 살았나. 여가 겡상도 따이지.

 

의좋은 삼형제가 물을 건널 때 마귀할멈이 심술을 부려 돌이 되었다는 삼형제바위, 정유재란 때 황석산성으로 돌을 나르던 부녀자들과 마귀할멈이, 성을 빼앗겼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을 하면서 그 자리에 내려놓은 돌무더기라는 돌모리, 열하일기로 유명한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안음현감 시절 나라에서 처음으로 물레방아를 만든 것을 기념하는 연암물레방아공원. 신라 소지왕 때(487년) 지은 장수사는 6.25 때 소실되고 일주문만 남았다.

 

기백산-금원산 이후 오래 묵은 숙제를 한 느낌이다. 덤으로 용추계곡을 십리 남짓 걷다 보니 곳곳에 이야기가 넘쳐난다. 대충 헤아리다가 그만. 봄이 오는 휴일에 명산 넷이 어우러지는 군립공원이 이리 한산한 건 코로나 등쌀 때문일 게다. 그나마 산 위에는 나홀로 산객들만 띄엄띄엄. 나도 그중 하나. 봄철 산불 조심 강조 기간이라서 사전 입산 허가를 받았다. 전자우편으로. 계곡 입구, 처음 그 자리로 돌아오면서 전화기를 놓고 왔다는 걸 다시 확인한다. 덕분에 오늘은 사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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