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명의 성인[양산 천성산]

2020. 4. 4. 22:11경상

 

 

 

 

 

 

 

2020년 4월 4일 토요일. 청명인 오늘, 코로나 안개는 계속되고, 황사가 약하게 찾아온다고는 했지만, 그런대로 맑은 날씨다. 따사로운 봄볕, 시원한 바람, 경상남도 양산 천성산에 오르다. 대석 마을 주차장-원효계곡(편백나무 숲)-원효암-천성산(원효봉)-화엄늪-홍룡사(홍룡폭포)-주차장.

 

입산에 앞서 방명록에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는 것은 산불 예방을 위한 노력이다. 계곡에 들어서서 얼마쯤 되는 길가 양지바른 곳에 작은 산소 하나. 중년의 등산객이 사과 딱 한 알 차려놓고 절을 올린다. 부모님이신가요? 우리 할머니요. 은근한 오르막 끝에 이어지는 가파른 비탈길에서 적당히 땀을 흘리다 보니 원효암이고, 몇 굽이 돌아 원효봉(922)이다. 천성산1봉으로 불리는 주봉이다. 2봉(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멋들어진 길을 바라보며 욕심을 내다가 시간을 핑계로 화엄늪으로 방향을 튼다. 화엄늪에서 다시 내원사 쪽을 기웃거리며 늪 주변을 거닐다가 홍룡사 쪽으로 내려온다. 홍룡사 안에 있는 홍룡폭포가 일품이다. 삼단폭포다. 맨 위 폭포 옆, 바위에 붙어 있는 관음전이 주변 풍경에 제대로 어울린다. 일주문 앞에 트럭 카페가 있다. 나무 그늘 의자에서 커피 한 잔, 세상에 더없이 느긋한 한때를 보내다.

 

원효대사가 89암자를 짓고, 화엄경을 설법하여 천 명 대중이 도를 깨치고 성인이 되었단다. 천 명의 성인, 천성산(千聖山)이다. 경상남도 양산시에 있으며, 산 위에 화엄벌(화엄늪)이 있다. 경부고속철도 공사를 할 때, 보호냐 개발이냐를 두고 심한 갈등을 겪었던 곳. 내원사 지율 스님의 단식 등 3년 가까이 시위가 이어졌고, 소송이 벌어졌지만, 끝내 개발을 선택했고, 터널(원효터널)이 뚫렸다. 원적산이라 불리던 원효봉(922)을 주봉, 천성산으로 불리던 봉우리를 천성산2봉(812, 비로봉). 얼마 전에 양산시에서 그렇게 정했단다. 산림청 100대 명산. 화엄늪은 환경부 습지 보호 지역.

 

- 도롱뇽소송: 2003년 환경단체 '도롱뇽의 친구들'이 천성산 도롱뇽을 원고로 하여 경부고속철도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을 벌인 일. 천성산 22개 늪과 12개 계곡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종이 도롱뇽이고, 꼬리치레도롱뇽은 1급수 환경지표종이라고 한다.

 

돌아오는 길. 남녘땅엔 벚꽃이 흐드러지고, 온 천지에 꽃비가 눈보라처럼 흩날린다. 통도사에 잠깐 들르다. 참으로 오랜만이다. 고색창연한 절집이 새삼스럽고, 저도 모르게 숙연해지다.

'경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자락길[예천 어림산성/어림호]  (0) 2020.11.21
돌리네 습지[문경 굴봉산]  (0) 2020.10.04
황석산-거망산-용추계곡  (0) 2020.03.14
말이산고분군에 잠깐[함안]  (0) 2020.01.11
의령의 진산[자굴산]  (0) 2020.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