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 22:18ㆍ전라
"기축옥사의 주인공 정여립(1546~1589)의 한이 서린 곳"
조선 선조 때, 서인들의 등쌀에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 정여립은, 천반산 아래 죽도에 시설을 지어놓고, 산에서 대동계 계원들과 함께 무예를 닦았다고 한다. 역모로 몰렸고, 천반산에서 아들과 함께 자결하였다고 한다. 정여립이 실제 역적 모의를 했는지는 아직까지도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고 하며, 1,000여 명이 희생된 기축옥사로 동인은 완전히 몰락하였고, 서인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 오늘날 일반적인 평가라고 한다. 권력을 향한 인간의 잔인함과 무서운 음모를 말하기도 한다. 오늘날 정치판은 어떤가.
2023년 3월 2일 목요일. 진안군 동향면 성산리. 천반산자연휴양림 앞 구량천 물가에 가파르게 솟아 병풍처럼 이어지는 천반산 산등성이를 바라보다. 물을 건너 휴양림으로 들어서다. 등산로 입구에 서 있는 등산 안내도를 살피고, 손전화 사진기에 담은 후에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깃대봉(647)에서부터는 저 아래서 올려다보았던 산등성이를 오르락내리락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전망바위, 말바위, 성터를 지나고, 산등성이에서 300m 거리에 있는 송판서굴을 다녀오다. 수직에 가까운 벼랑에 데크 계단이 놓인 길이다. 모처럼 깊은숨을 몰아쉬면서 몸을 데우다.
송판서굴은, 단종이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긴 후 낙향한 송보신이 은거하였던 곳이라고 하며, 선조 때 정여립은 이곳에서 대동계 계윈들과 함께 무예를 닦았다고 한다. 또, 송보신의 부인은 이곳에서 1.5Km쯤 거리에 있는 할미굴에 기거하였다고 한다.
송판서굴을 다녀온 다음, 뜀바위 앞 전망대에서 땀을 닦는다. 뜀바위, 깃대봉, 성터, 죽도 등등, 모두가 정여립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름들이다. 아까부터 저멀리 보이던 마이산 두 봉우리를 바라본다. 또렷하게 보이는 그 모습이 볼수록 예쁘다.
산등성이 양쪽 아래를 굽이치는 물줄기가 더없이 깨끗해 보인다. 첩첩산중을 헤집는 작지 않은 두 물줄기가 봄기운 흐르는 볕에 반짝인다. 이쪽은 장수천이고, 이쪽은 구량천이이다. 두 물줄기는 이 산등성이 끝에서 만나 금강으로 간다.
산등성이에서 내려섰다. 와~! 맑디맑은 물이 흐르는 양옆에서 바위벽이 날아간다. '죽도병풍절벽'이고, '죽도관문'이다. 멋있다! 그저 놀라기나 할 뿐, 무슨 말을 찾으랴.
길은 물가로 이어진다. 가파른 산비탈 아래 조붓한 평지, 그리고 맑디맑은 물. 구량천이다. 물가 늪에서, 입 떨어진 개구리들 합창 소리가 요란하다. 낼모레가 경칩이지. 장전리에서 자동차도로를 만나다. 그리고 한 굽이 돌아 처음 그 자리. 휴양림 한쪽 공사판 중장비 소리가 적막하다. 8.92Km.
'죽도관문'은, 1970년대쯤,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해 바위를 폭파하여 물길을 돌리는 공사로 인해 만들어진 풍경이라고 한다. 충주 팔봉에도 똑같은 사연을 지닌 폭포가 있다. 그 사연은 내 어릴 적 기억 속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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