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6. 23:43ㆍ전라
보성 오봉산: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면과 희천면 경계에, 간척지로 이루어진 예당평야와 득량만 사이에 다섯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는 산. 신라 고승 원효가 수도하던 곳이라고 전해지는 칼바위를 비롯하여 용추폭포, 용추산성, 풍혈, 구들장 채석 흔적 등 볼거리, 들을 거리, 살필 거리, 생각할 거리를 잔뜩 품고 있다. 해발 324m. 산 아래에 해평저수지가 있고, 저수지 둘레길이 있다.
2023년 1월 6일 금요일. 저수지 위쪽, 오봉산칼바위주차장에서 칼바위 쪽으로 길을 잡는다. 야자수 매트가 깔려 있고, 군데군데 하얀 눈이 남아 있어 미끄럽기도 하다. 길옆으로 돌담이 이어지고, 여기저기에 돌탑이다. 아, 누구인가. 한 사람인가, 아니면 여럿인가. 그러고 보니, 온 산이 돌투성이다. 온 산에 널려 있는 돌을 주워 하나하나 쌓아 올린 그 정성이여.
또 하나. 여기저기 풍혈이다. 정선 가리왕산 밑에서도 보았고, 일본 북알프스에서도 보았던 것. 바위 아래 작은 굴에서, 돌무더기 틈새에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기운이 바람을 타고 나온다. 등산로 가까이에 있는 풍혈마다 돌담을 두르고,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기(氣) 받는 곳, 풍혈지'.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단다.
그렇게 오르다가 고개를 한번 드는 순간. 와~! 이럴 수가. 하늘을 향해 기이한 몸짓으로 날아갈 듯 솟아 있는 저 모습. 걸맞는 말을 찾지 못해 괴로운가. 그래, 그냥 놀라기만 하자. 알량한 언어로 가당키나 한 일인가.
칼바위 앞에 조붓한 바위굴 통로가 있다. 굴을 빠져 칼바위 바로 밑까지 가서 올려다본다. 볼수록 신기하다. 안내판 설명 대로 자세히 살펴보니, 칼바위의 구부러진 앞쪽 벽면에 마애불이 뚜렷하다. 아, 저 높은 곳에, 저 가파른 바위 절벽에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불가사의.
안내판에는 신라 때 고승 원효가 이곳에서 도를 닦았었다는 설명도 있다. 원효가 여기에서 도를 닦은 후에 큰일을 이루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지금도, 칼바위와 돌탑을 보며 소원을 비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돌탑은 오봉산 마루에도 있다. 전망대에서 득량만 쪽을 보니 희미하다. 아침 바다 안개를 아직 벗지 못한 것이다. 대신 건너편 산기슭에 박힌 바위가 또렷하다. 안내판에서 말하는 남근석이다. 그 생김새가 어쩌면 그리 흡사한 지. 허허 웃으면서 용추폭포 쪽으로 내려간다.
용추폭포는 얼어 있다. 수량이 많지 않은 탓인지 얼음 크기는 작은 편이고, 밑에 고인 물도 깊지 않아 보인다.
폭포를 보고, 용추산성 쪽을 한번 쳐다보고, 주차장 쪽으로 간다. 오솔길에서 벗어나면서 개울 가에 '보성 오봉산 구들장 우마차길' 안내판이 있다.
"보성 오봉산 우마차길은 1940년대 전후로 농사짓기에 척박했던 오봉산 일대의 주민들이 구들돌을 채석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형성되었다고 전해진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전국 구들장의 상당 부분을 공급했던 주산지로서......문화유산인 온돌의 구들장 채석과 운반 과정을 알려주는 옛길인 오봉산 구들장 우마차길은 전통문화 보존, 계승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림문화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다."
또 다른 안내판에 따르면, 오봉산 구들장은 우마차에 실려 득량역으로 옮겨졌고, 열차편으로 전국 각지로 공급되었으며, 1980년대 말까지 전국 구들장 생산량의 70%에 가까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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