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5. 21:28ㆍ전라
나주 금성산:고려 때부터 나라에서 산신제를 지냈고, 봄가을에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풍년을 기원하였었다. 지금도, 금성대왕이라 불리는 산신을 모시는 무당들의 기도터로 알려져 있다. 나주의 진산이라고 하며, 해발 451m.
2023년 1월 5일 목요일. 산 아래 한수제소공원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다. 산악자전거길 안내판이 있고,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화살표가 있다. 자등차에서 자전거를 내려 채비를 하는 부부에게 길을 묻다. 글쎄요. 길이 있기는 한데 잘 모르겠네요. 저 위 팔각정에 가면 등산 안내 지도가 있을 거요.
과연, 팔각정 옆에 안내판이 서 있고, 지도가 있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서도 분명치 못한 뭔가를 떨치지 못한 채 걸음을 옮기다. 어쩌다 마주치는 두어 사람에게 거푸 길을 묻다. 길이 없어요. 산꼭대기에 군부대가 있어서 못 갑니다. 낙타봉까지 갔다가 되돌아 와야 합니다.
그래도 안내판 지도에서 등산로 표시를 봤던 터라, 가는 데까지 가 보자, 하면서 걸음을 계속하다.
낙타봉을 지나니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나타나다. 아, 산꼭대기 군부대로 가는 길이구나. 일단 올라가 보자. 초병을 만나 얘기라도 들어 보자.
그러면 그렇지. 도중에 '우회등산로' 화살표가 있다. 반가운 마음으로 주저 없이 들어선 길에서 귀한 체험을 하다. 푹푹 빠지는 눈길에서 허우적거리고, 미끄러운 비탈과 씨름을 하면서 끙끙대는, 몸과 맘이 온통 시원한 체험.
그 흐뭇한 체험이 참으로 즐겁긴 했는데, 지금 보니, 현장 사진이 없다. 하얀 눈이 두껍게 쌓인 길. 그 위에 찍힌 발자국은 산짐승 것밖에 없다.
산 아래 너른 들판과 마을들과 나주 시내 하얀 건물 숲이 내려다보이기는 하지만 하늘이 좀 흐린 터라 그리 훤하지는 않다.
끝내 산마루에 오르는 길을 만나지 못하다. 울음재에서 임도를 만나다. 오두재에서 임도를 버리고 내려오다가 한수제 저수지를 만나다. '한수제물레길', 저수지 둘레길 한쪽을 걸어 처음 그 자리, 소공원에 오다. 소공원에서 나월한(羅月煥) 장군 동상 앞에 잠깐 서다. 식민지 시대 항일 독립운동에 몸을 던지신 분.
한수제소공원-장원봉(금영정)-낙타봉-우회등산로-울음재-오두재-한수제(물레길)-소공원. 8.81Km.
길고 오랜 역사가 있는 고장, 동학농민전쟁 당시 50여 호남 고을에 설치되었던 민정 기관, 집강소를 끝내 거부했던 고을, 나주의 진산이라는 금성산을 이렇게 걷다. 영산포에 와서 홍어애탕 한 그릇에 잎새주 한잔 곁들이고, 영산강 저녁 강바람을 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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