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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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산과 낙안읍성[순천]
2021년 10월 19일 화요일. 금전산에 오르고, 낙안읍성을 한 바퀴 돌다. 아침 11시쯤, 순천시 낙안읍성 주차장에서 유 선생님을 만나 함께 버스를 타고 두어 정거장 거리에 있는 불재에서 내렸다. 금전산 산길로 들어선다. 그간의 회포를 풀어내면서, 세상에 더없이 느긋한 마음으로, 더없이 느긋한 걸음을 옮기다. 쉬엄쉬엄, 사부작사부작. 좋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하고, 사방이 훤하다. 황금빛 더해가는 낙안 들판이 참으로 예쁘게 내려다보인다. 굴이라고 하기엔 뭐한, 돌부처를 모신, 야트막하고, 깊지도 길지도 않은 바위틈 앞에 '구능수 유래'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저쪽 금강암 바유문에 있는 바위샘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하면서 읽어 본다. 옛날에, 처사 한 분이 이곳에서 도를 닦고 있을 ..
2021.10.20 -
한 걸음 한 걸음[진안 구봉산]
대한민국 곳곳에 팔봉산이 있고, 구봉산이 있고, 오봉산이 있고, 칠봉산이 있다. 홍천 팔봉산, 서산 팔봉산, 청주 팔봉산, 춘천 오봉산, 경주 오봉산, 영월 구봉대산, 원주 칠봉 등등. 2021년 7월 첫날 목요일. 오늘은 전라북도 진안군에 있는 구봉산(1,002)이다. 09시 20분. 아침 하늘이 벗어지면서 햇볕이 사나워진다. 잽싸게 숲속으로 들어선다. 시원한 그늘을 즐기면서 사부작사부작. 가파른 길을 오를 땐 마음이 느긋해야 한다. 한여름엔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온몸을 알뜰하게 쥐어짜는 의식에 몰두하는 일이다. 티끌 하나 남기지 않고 머릿속을 비우는 일이다. 그 자리에 산이 배어들 것이다. 1봉에 들렀다가 2봉, 3봉, 4봉. 4봉에 정자가 있다. 구름정에 올라 숨을 고르면서..
2021.07.01 -
이만큼만 하여라[무주 금강 마실길]
2021년 5일 12일 수요일. 무주터미널에서 군내버스를 타고 유평마을 앞에서 내렸다. 유평마을 상류 쪽 이웃이 도소마을이다. 팔뚝만 한 물고기 한 마리가 물 위로 솟았다가 텀벙, 하면서 아침 인사를 한다. 전라북도 무주군 부남면 도소마을 앞을 흐르는 물, 금강이다. 상쾌한 공기를 헤치면서 물소리에다 발걸음을 얹는다. 강물을 따라 흐른다. 무주 금강 마실길. 부남면 도소마을에서 무주읍 서면마을까지 강줄기를 따라 구불구불 19Km. 유평교(잠수교), 대문바위, 부남면 소재지, 반딧불 탐사 지역, 벼룻길, 각시바위, 바위를 깎아 만든 짤막한 굴속 길, 밤송이마을, 굴암마을, 요대마을, 용포교, 세월교(잠수교), 서면마을. 숲길도, 마을길도, 강변 모래나 자갈길도, 자동차도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칠 줄 모..
2021.05.12 -
금강 맘새김길[무주]
2021년 5월 11일 화요일. 무주 향로산에서 그림 같은 풍경을 내려다본다. 강줄기에 둘러싸인 앞섬마을에서 연기 번지듯 비안개가 피어오르는 풍경. 저기가 선경인가. 사람의 손으로 저런 모습을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까. 한참을 서서 넋을 놓고 바라본다. 전라북도 무주읍 내도리 앞섬. 금강 물줄기에 빙 둘러싸인 앞섬마을을 육지 속의 섬이라고들 한다.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 영주 무섬마을이 그렇듯이. 홍천 금학산 위에서 보는 '산태극 수태극'도 그렇고, 육지 속 섬마을들은 건너편 산 위에서 볼 때 절경이다. 오늘은 비안개가 한몫을 거드니 금상첨화다. 예전에 바깥 세상으로 배를 건너던 자리에 지금은 시멘트 다리가 들어섰다. 무주 읍내 쪽이 전도교, 반대쪽 뒷섬마을로 건너가는 다리가 후도교이다. 뒷섬마을..
2021.05.11 -
힐링인가[완주 봉실산]
2021년 4월 15일 목요일. 봉실산에 오르다. 전라북도 완주군 군청이 있는 봉동읍 한쪽에 단정하게 솟아 있는 산. 장구리 주차장에서 옥녀봉(323)을 넘고, 봉실산(374) 꼭대기로 가는 산길이 참 좋다. 산마루에서 숨을 고르며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들판을 내려다보다. 가슴이 확 트이는 풍경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가 가파른 길을 내려와 둘레길을 만나다. 학림사에서 약수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다. 처음 그 자리까지 숲속에서 이어지는 둘레길 또한 좋다. 산 빛도, 햇빛도, 바람결도 온통 봄빛이다. 이거야말로 힐링이 아니고 무엇이랴.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늘이 바로 봉동 장날이다. 채소, 어물, 곡물, 과일, 과자, 떡, 전, 튀김, 국수, 순대, 풀빵, 잡화,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장바닥을 어슬렁..
2021.04.15 -
영원히 산다[매창공원, 백산성, 무성서원, 상춘곡둘레길]
2021년 4월 14일 수요일. 매창공원을 둘러보고, 백산성에 올랐다가 상춘곡 둘레길을 걷다. 이매창, 유희경, 허균, 전봉준과 농민군들, 최치원, 신잠, 최익현, 임병찬, 정극인 등등. 몸은 갔어도 이름이 남아 영원히 사는 사람들. 아니, 두고두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영혼들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영원히 산다는 말은 맞는 말인 것 같다. 다정다감한 혼, 거룩한 혼, 심오한 뜻을 가진 혼, 높은 학문에서 우러나는 혼, 훌륭한 뜻을 실천하는 훌륭한 혼. 1. 이화우 흩날릴 제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임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최고의 여류 문인으로 꼽히는 이매창이 유희경을 그리며 읊었다는 시조. 절창이다. 시로 인생을..
202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