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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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라산 둘레길[익산]
2021년 2월 5일 금요일.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면사무소와 초등학교가 좁은 길 건너로 마주보고, 파출소, 보건소, 농협 하나로마트가 이웃해 있고, 바로 옆에 함열리 세 부잣집이 있다. 만석꾼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커다란 고택 셋이 마을의 전부라고 해도 되겠다. 누룩 장사를 해보라는 말을 듣고 부자가 되었다거나, 길가에 쓰러진 스님이, 도움을 받고 나서, 찍어 준 자리에 집을 짓고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등. 부잣집들을 대충 둘러보고 함라재를 넘는다. 함라재는 옛날에 금강 가 웅포와 평야 지대 함라를 오가는 사람들의 애환이 잔뜩 서려있는 고개다. 고개 너머 내리막에 똥바위가 있다. 고개를 넘나들던 사람들이 다리쉼을 하면서 대소변을 보았다나. 잠깐 멈췄다가 야생차 군락지로 간다. 최북단 차나무 자생지라..
2021.02.05 -
오늘은 여기까지[고흥 팔영산]
오늘은 여기까지. 2020년 8월 19일. 벼르고 벼르던 팔영산. 엊그제 끝난 장마에 이어 폭염 경보가 전국을 달구는 날씨. 숲 그늘 속에서도 비지땀이 흐르고, 오르막에선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 정말 무지하게 덥다. 유영봉(1봉)-성주봉-생황봉-사자봉-오로봉-두류봉-칠성봉(7봉). 바라만 보아도 어질어질한 바위 봉우리들. 자꾸만 주저되는 마음을 다독이며 직벽을 기어오른다. 잘 정돈된 고흥반도 들판과 다도해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지건만, 그저 건성이다. 볕이 뜨겁다기로서니 이럴 수가 있나. 이렇게 약해졌는가. 여덟 봉우리 중 7봉인 칠성봉. 두어 발짝 거리에 솟은 적취봉(8봉)과 그 옆 깃대봉(주봉)을 바라본다. 용케도 여기까지 왔다. 숨을 몰아쉬며 머뭇거리다가 마음을 정한다. 그래,저 정도 거리면 눈으로..
2020.08.19 -
신선을 만나려다[곡성 동악산]
신선을 만나려다 지옥에서 허덕이다. 2020년 8월 18일. 곡성 동악산에서, 신선바위를 찾다가 길을 헤매다. 거의 다 왔으려니 하는 곳에서 엉뚱한 비탈길을 잡고 씨름하느라고 기진맥진. 헉헉거리면서 올라선 산등성이에서 보니, 신선바위 둘레를 허덕이면서 지옥 체험을 한 셈이다. 한 달 가까이 운동량이 부족했고, 술자리가 잦았던 탓이려니. 아니, 어리석은 맘을 먹다가 신선의 노여움을 산 것이려니. 고흥 팔영산을 찾아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간다는 건방진 생각. 해발 735m. 크게 높지는 않으나, 사방에서 우뚝하고, 이쪽저쪽 산줄기들이 깊은 맛을 준다. 산빛이 깨끗하고, 계곡 물 또한 풍부하고 깨끗하다. 6월 10일을 넘어서면서 장맛비 소식이 있었고, 말복인 8월 15일에도 곳곳에 비가 내렸다. 기상청 발표에..
2020.08.18 -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내장산]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 內藏 내장산. 2020년 4월 25일 토요일. 내장산에 오르다. 내장사 일주문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벽련암을 지나 서래봉에 올라선 다음, 내장사 계곡을 주머니 꼴로 감싸는 산등성이를 걷다. 초반에 가파른 철 계단이 많아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
2020.04.25 -
주인공은 코로나19[방장산]
2020년 3월 28일. 어김없이 오는 토요일을 또 기다렸다. 꽃샘추위라고는 하지만 애교를 부리는 정도로 시원한 공기가 볼을 간질인다. 산수유, 생강나무, 진달래, 개나리, 매화, 목련, 벚꽃.. 사방에서 피어나는 노랑, 하양, 연분홍, 진분홍.. 바야흐로 꽃대궐, 꽃 잔치가 막이 오르는 시..
2020.03.28 -
영취산-장안산[전북 장수]
2020년 3월 21일 토요일. 전라북도 장수 영취산(1,075.6)과 장안산(1,237)에 오르다. 무룡고개(벽계쉼터)에서 영취산까지 가파른 비탈길을 되짚고 나서 장안산에 올라 느긋한 걸음으로 여유를 부리다. 총 8Km쯤. 무룡고개-장안산은, 오르막이 전혀 없는 건 아니나 아무 생각 없이 걷기에 ..
2020.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