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내장산]

2020. 4. 25. 23:27전라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 內藏 내장산.

 

2020년 4월 25일 토요일. 내장산에 오르다. 내장사 일주문 오른쪽 길로 접어들어 벽련암을 지나 서래봉에 올라선 다음, 내장사 계곡을 주머니 꼴로 감싸는 산등성이를 걷다. 초반에 가파른 철 계단이 많아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고, 내려다보이는 골짜기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말발굽 모양 산등성이에 불쑥불쑥 솟은 봉우리가 꽤 여럿이다.

 

정말 써레처럼 생긴 서래봉

부처님이 나오셨다는 불출봉

바다를 바라다보는 망해봉

연오봉이라고도 하는 연지봉

까치가 날개를 펼친 모습을 한 까치봉

신선들의 놀이터이자 내장산 최고봉인 신선봉

서래봉 전 월령봉과 신선봉 다음 연자봉 장군봉을 합쳐 내장산9봉

 

까치봉 바위틈에서 자란 돌배나무가 피운 꽃을 보다. 신선봉(763)에서 연자봉을 향해 간다. 신선삼거리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연자봉 쪽을 버리고, 내장사로 내려오다. 갈지자형이 연속되는 급한 내리막 돌길이 몹시 팍팍하지만, 세월아 네월아 느긋한 마음으로 터벅터벅. 내장사 절집 마당을 어정거리면서 서래봉 써레 모양을 바라보다.

 

단풍의 대명사 내장산. 10여 년 전에 정읍단풍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단풍잎이 되어 나풀거리던 추억이 있거니와, 늘 마음속에 두어 온 내장산에 오늘 이렇게 오르다. 가을철 울긋불긋 타오를 나뭇잎들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다. 티 하나 없이 맑고, 더없이 깨끗한 빛깔로 피어나고 있다. 세상에 저보다 더 예쁜 연둣빛이 있을까. 더없이 맑은 빛으로 태어나, 비바람도, 천둥 번개도, 가마솥 더위도, 그 어떠한 사나운 날씨도 묵묵히 견뎌내고, 흙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고운 빛깔을 선사하는 나뭇잎의 일생을 새삼스럽게 떠올리다. 숨기고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내장산에서 무궁무진한 자연의 섭리를 생각하다.

 

- 내장산 내장사: 백제 때 창건한 영은사와 내장사가 있었다. 조선 중종 때 도적의 소굴이라고 하여 소각했고, 명종 때 희묵 대사가 영은사 자리에 법당과 요사채를 짓고 내장사라 했다. 옛 내장사 자리에는 근세에 와서 벽련암이 들어섰다. 희묵 대사가 서래봉에서 던지는 돌을 수제자가 받아 벽련암(당시 내장사) 석축을 쌓았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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