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을 만나려다[곡성 동악산]

2020. 8. 18. 20:30전라

신선을 만나려다 지옥에서 허덕이다.

2020년 8월 18일. 곡성 동악산에서, 신선바위를 찾다가 길을 헤매다. 거의 다 왔으려니 하는 곳에서 엉뚱한 비탈길을 잡고 씨름하느라고 기진맥진. 헉헉거리면서 올라선 산등성이에서 보니, 신선바위 둘레를 허덕이면서 지옥 체험을 한 셈이다.

한 달 가까이 운동량이 부족했고, 술자리가 잦았던 탓이려니. 아니, 어리석은 맘을 먹다가 신선의 노여움을 산 것이려니. 고흥 팔영산을 찾아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간다는 건방진 생각.

해발 735m. 크게 높지는 않으나, 사방에서 우뚝하고, 이쪽저쪽 산줄기들이 깊은 맛을 준다. 산빛이 깨끗하고, 계곡 물 또한 풍부하고 깨끗하다.

6월 10일을 넘어서면서 장맛비 소식이 있었고, 말복인 8월 15일에도 곳곳에 비가 내렸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제주 49일, 중부 54일, 남부 38일. 올 장마는 정말 길었다. 길고, 비도 많이 왔다. 곳곳에 피해가 엄청나다. 이제, 장마가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폭염. 비지땀을 흘렸다. 그간 찌들었던 모든 것들이 쏙쏙 빠져 나간 기분이다. 개운하다.

- 동악산(735): 전라남도 곡성군. 원효가 도림사 절집을 지을 때, 하늘에서 풍악이 울리고 산이 춤을 추었다고 한다. 고을에서 과거에 급제하는 사람이 나올 때마다 산이 흔들리며 아름다운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오늘 도림사 계곡엔 풍악 대신 옥처럼 맑은 물소리가 시원하고, 피서객들이 텀벙텀벙 물장구를 치고 있다.

*도림사-갈림길-신선바위-동악산(735)-바람너머재-갈림길-도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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