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기까지[고흥 팔영산]

2020. 8. 19. 21:15전라




오늘은 여기까지.

2020년 8월 19일. 벼르고 벼르던 팔영산. 엊그제 끝난 장마에 이어 폭염 경보가 전국을 달구는 날씨. 숲 그늘 속에서도 비지땀이 흐르고, 오르막에선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 정말 무지하게 덥다.

유영봉(1봉)-성주봉-생황봉-사자봉-오로봉-두류봉-칠성봉(7봉). 바라만 보아도 어질어질한 바위 봉우리들. 자꾸만 주저되는 마음을 다독이며 직벽을 기어오른다. 잘 정돈된 고흥반도 들판과 다도해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지건만, 그저 건성이다. 볕이 뜨겁다기로서니 이럴 수가 있나. 이렇게 약해졌는가.

여덟 봉우리 중 7봉인 칠성봉. 두어 발짝 거리에 솟은 적취봉(8봉)과 그 옆 깃대봉(주봉)을 바라본다. 용케도 여기까지 왔다. 숨을 몰아쉬며 머뭇거리다가 마음을 정한다. 그래,저 정도 거리면 눈으로 밟은 것으로 치자. 산에서는 힘을 닥닥 긁어 쓰는 게 아니지. 애써 그럴듯하게 포장을 한다. 순천으로 가서 유선생님을 만나 한 걸음 함께하자는 것도 다음으로 미룬다. 이 땡볕 아래 어디를 나다닐까요. 다음에 다시 내려올게요.

- 팔영산: 전라남도 고흥군. 병풍처럼 이어지는 바위 봉우리가 한 멋을 하고, 산 위에서 보는 다도해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 깃대봉(608) 말고도 여덟 봉우리에 이름을 새긴 푯돌이 있고, 의미를 풀이한 시구가 있다. 옛날 중국 위왕의 세숫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가 그렇게도 아름다웠다고 한다. 1998년 팔영산 도립공원. 201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팔영산지구.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

*능가사-야영장-흔들바위-유영봉(1봉)-성주봉(2봉)-생황봉(3봉)-사자봉(4봉)-오로봉(5봉)-두류봉(6봉)-통천문-칠성봉(7봉)-[적취봉(8봉)-깃대봉(608)]-야영장-능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