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라산 둘레길[익산]

2021. 2. 5. 23:23전라



2021년 2월 5일 금요일.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면사무소와 초등학교가 좁은 길 건너로 마주보고, 파출소, 보건소, 농협 하나로마트가 이웃해 있고, 바로 옆에 함열리 세 부잣집이 있다. 만석꾼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커다란 고택 셋이 마을의 전부라고 해도 되겠다.

누룩 장사를 해보라는 말을 듣고 부자가 되었다거나, 길가에 쓰러진 스님이, 도움을 받고 나서, 찍어 준 자리에 집을 짓고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등. 부잣집들을 대충 둘러보고 함라재를 넘는다.

함라재는 옛날에 금강 가 웅포와 평야 지대 함라를 오가는 사람들의 애환이 잔뜩 서려있는 고개다. 고개 너머 내리막에 똥바위가 있다. 고개를 넘나들던 사람들이 다리쉼을 하면서 대소변을 보았다나. 잠깐 멈췄다가 야생차 군락지로 간다. 최북단 차나무 자생지라고 하는데, 사람 손길이 분명해 보이는 차밭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잡목 숲에 싸여 있고, 하나는 죽죽 뻗은 소나무 숲에서 잘 정돈된 모습이다.

함라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좁은 들판 건너 야트막한 산기슭에 입점리 고분이 있다. 1986년 봄에 한 고등학생이 칡을 캐다가 금동 모자 등을 발견 했고, 그 후 발굴에서 굴식돌방무덤, 돌넛무덤 들을 찾아냈다고 한다. 사적 제347호. 한쪽에는 웅포관광지 공사 부지에서 발굴 조사한 것을 옮겨와 내부 모습을 복원한 '웅포리 백제 무덤떼(古墳群)'가 있다. 전시관은 내부 수리 공사로 휴관. 고분 아래 새터 마을 길가에서 어래산성 터를 알리는 비석을 본다. 입점의 한자가 무얼까, 궁금하던 차에 笠 자가 보이고. 갓점이라고 한 어느 이정표가 보인다. 아, 삿갓 관련 이야기가 있겠구나. 역시, 패랭이와 흰갓(白笠)을 만들던 곳이라고 한다.

웅포에서부터 한동안 금강 둑을 걷는다. 곰개나루터 자리는 관광지로 개발되었고, 강둑에는 자전거 도로가 닦였고, 금강 하구에서부터 14Km, 15Km, 하는 이정표들이 보인다. 웅포 곰개나루는 군산항 개항 전까지 금강 하구에 위치한 중요한 포구였고, 고려말에 왜구를 크게 무찌른 진포대첩 때 격전지였다고 한다. 진포대접은 세계사 최초로 화포를 사용한 해전이었다고 한다.

넒게, 묵직하게, 느릿느릿 흐르는 금강 하류. 위쪽은 강경, 부여, 공주이고, 아래쪽은 군산이고, 서해 바다. 옛날에, 바다를 통해 외부 세계와 교류할 때, 중요한 길목일 수밖에 없었던 곳. 백제 멸망에 커다란 역할을 한 당나라 군대도, 백제와 왜를 오가던 사람들도 여러 문물과 함께 이 길목을 지났으리. 저쪽에 있는 나바위성당은 천주교 전래 유적지가 아닌가. 이제 강둑에서 내려서서 함라산을 바라보며 걷는다. 아까 웅포에서도 그렇고, 부여에서 보았던 우어회 간판들이 보인다. 언제 한번 맛을 보기는 봐야 할 텐데. 오늘은 아니다.

숭림사로 가는 길은 송천을 거스른다. 송천 마을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고, '솔내'라고 소개하는 마을 이름이 보인다. 아, '솔내'를 적을 때 松川이라고 한 것이구나. 한자를 진서라 하고, 한글을 언문이라고 하여 멸시하던 시절의 훈적은 이처럼 곳곳에 널려 있다. 절 뒤편으로 고개를 넘는다. 성동리에서 함열 쪽으로는 자동차 전용 도로 옆길. 편한 옛길이다. 볕은 포근하고, 약간 찬 기운을 품은 바람결은 보드랍다. 이제 봄바람인가. 전화도 받고, 문자도 열어 본다. 세상을 보고, 나를 본다. 사부작사부작 걷는다.

마을 주차장(함열리 세 부잣집)-함열재-똥바위-최북단 야생 차나무 자생지-입점리고분-웅포 곰개나루-숭림사-고개-성당리-금성리-함열 향교-주차장.19.47Km

함라 마을 세 부잣집: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함열리. 함라산 아래 작은 마을에 만석꾼 셋이 살던 고택이 있다. 이배원, 조해영, 김병순 가옥으로, 1917년, 1918년, 1922년에 지었다고 하며, 마을 중심부에 자리한 세 부잣집의 담장이 마을의 담장이고, 담장 사이가 마을의 골목길이다. 토석담, 화초담, 흑담 등 옛 담장과 골목길에는 전통 마을의 분위기가 제대로 살아있고, 이웃에는 함열 향교가 남아있고, 관아터가 있으며, 한옥 체험단지가 들어섰다. 세 부잣집은 경쟁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