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0. 13:29ㆍ전라
숲길로 들어서다. 잠깐 오르막 다음에 물가로 내려서서 해안선을 따라 물 위에 떠 있는 나무 데크 길을 걷다. 바닷물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5월 햇볕이 따갑고, 바람은 시원하다. 데크 길 끝에서 산길로 올라서서 나뭇잎 그늘 속을 걷는다. 한여름 무더위에 비길 바는 못 되지만, 땀이 흐르고, 푸른 그늘 살랑바람에 몸과 맘이 온통 시원하다.
2024년 5월 18일 토요일. 고향 선배들 몇몇과 어울려 목포 고하도 둘레길을 걷는다. 북항 승강장에서 케이블카에 올라 유달산을 넘고, 고하도 승강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걷는다. 숲길, 해안선 데크 길, 푸른 바다, 푸른 하늘, 흰구름, 맑은 햇빛, 맑은 바람, 맑은 웃음.
옛날이 되어 버린, 조그만 산골 마을 풍경이 아련한 듯 또렷한 듯 떠오른다. 바람처럼 흐르고, 물처럼 부대끼던 시절이여. 뭘 해 보겠다는 뭐가 없이 뭔가를 하며 살던 시절이여. 천진난만이니, 무위니 자연이니, 말이 필요할까.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을 되살리고, 그때 사람들을 불러내고, 말을 걸고, 그때의 삶 속으로 들어서는 사람들. 그러다가 오늘 세상을 바라보고, 오늘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런 삶도 저런 삶도 끌어안고 배려하면서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엿보이는 말들을 주고받는다.
케이블카를 타고 되돌아오는 길에 유달산 승강장에 잠깐 내린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는 하얀 구름, 시리도록 훤한 바다에는 묵직하게 일렁이는 검푸른 물결, 시리도록 맑은 허공에는 눈부시게 부서지는 맑은 햇빛. 어슬렁어슬렁 두리번두리번. 여기가 어딘가.
목포해상케이블카: 길이 3.23Km 최고 높이 155m 해상 구간 820m. 편도 20분.
고하도 둘레길: 숲길+해안 데크 길. 1.9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