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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모밀, 다층청석탑[충주 창룡사]
2024년 6월 10일 월요일. 창룡사 입구에서 약모밀꽃을 보다. 물고기 비린내가 난다고 하여 '어성초(魚腥草)'라고도 하는 식물이다. 냄새는 그렇다고 치고, 하얗게 핀 꽃이 단정하게 보인다. 충주시 직동(곧은골), 남산 자락이다.저녁나절에 숲을 찾아 산책을 나선 길이다. 오랜만에 찾은 창룡사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예스럽고 초라했던 전날에 비하여 갓 지은 듯 번듯한 절집들과 넓어진 마당, 높직한 축대.다층청석탑 앞에 쪼그려 앉아 본다. 다층탑이라고는 하나 보통의 어른 키에 한참 못 미치는 크기이고, 화강암 기단에 점판암 탑신이 올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희귀한 탑이라고 한다. 문화재 자료이고, 고려 때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안내판 설명이다. 모악산 금산사에서, 가야산 해인사 원당암에서, 또 어..
2024.06.10 -
수수꽃다리[홍천 가리산]
2024년 6월 7일 금요일. 홍천 가리산에서 수수꽃다리를 만나다. 숲속 흙길이 끝나고, 1봉(주봉. 1,051), 2봉, 3봉, 하는 바위 봉우리들을 오가는 길에서, 과메기 차가 먼저 발견하였고, 모두가 반가워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수수꽃다리. 외국 이름은 라일락, 우리말 이름은 수수꽃다리,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란다.수수꽃다리는 한반도 중부 이북에 자생하는 낙엽 관목이고, 서양에서 들어온 라일락과는 종이 다르다는 것이다. 라일락꽃은 꽃대가 작고 꽃잎이 안으로 오므라드는 듯하고, 수수꽃다리꽃은 '꽃자루가 길고 마지막 꽃잎이 시원스럽게 밖으로 퍼진다, 꽃끼리 서로 엉키지 않고 골고루 퍼져나간다'고 한다. 본래 우리 땅에 있어 온 수수꽃다리와 비슷한 꽃을 피우는 라일락을 서양수수꽃다리..
2024.06.08 -
고하도 둘레길[목포]
숲길로 들어서다. 잠깐 오르막 다음에 물가로 내려서서 해안선을 따라 물 위에 떠 있는 나무 데크 길을 걷다. 바닷물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5월 햇볕이 따갑고, 바람은 시원하다. 데크 길 끝에서 산길로 올라서서 나뭇잎 그늘 속을 걷는다. 한여름 무더위에 비길 바는 못 되지만, 땀이 흐르고, 푸른 그늘 살랑바람에 몸과 맘이 온통 시원하다.2024년 5월 18일 토요일. 고향 선배들 몇몇과 어울려 목포 고하도 둘레길을 걷는다. 북항 승강장에서 케이블카에 올라 유달산을 넘고, 고하도 승강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걷는다. 숲길, 해안선 데크 길, 푸른 바다, 푸른 하늘, 흰구름, 맑은 햇빛, 맑은 바람, 맑은 웃음. 옛날이 되어 버린, 조그만 산골 마을 풍경이 아련한 듯 또렷한 듯 떠오른다. 바람처럼 흐르고, 물처..
2024.05.20 -
푸른 산 푸른 바람[홍천 팔봉산]
2024년 5월 10일 금요일. 홍천 팔봉산 바위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다. 멀리도 가까이도 사방이 온통 푸른, 신록의 바다를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고 바라보다. 봉우리마다 감탄 감탄 감탄. 8봉 소나무 그늘 바위 바닥에 앉아 김밥을 먹다. 시리도록 푸른 세상, 시리도록 시원한 바람. 바람결에도 푸른 물이 배었다.먼 옛날 중국 어떤 사람이 읊조렸다던가. - 강과 산 바람과 달은 본래 주인이 없고 오직 한가로운 사람이 그 주인이다. 어떤 사람이 한가로운 사람인가. 한가로울 수 있는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한가로울 수 있는 사람인가. 한가로움을 아는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한가로움을 아는 사람인가. 한가로움이란 어떤 것인가. 살랑바람이 쉬지 않고 얼굴을 온몸을 간질인다. 아득한 옛날 어떤 사람, 노자라고 하던가...
2024.05.10 -
4.10총선도보[하늘재]
벚꽃. 온통 벚꽃 천지다. 산에, 들에, 길가에, 가는 곳마다 환하게 빛나고, 눈부시게 부풀어오른다. 연기처럼 번지는 연둣빛 바다에 점점이, 도로 양옆으로 길게, 하얗고, 환하다. 보석 떨기처럼 눈부시다. 이리저리 걷는다. 이리저리 쏘다닌다. 어디를 가나 벚꽃이고, 벚꽃이고, 벚꽃이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바라보고, 바라본다. 나를 잊고, 세상을 잊는다.2024년 4월 10일 수요일. 22대 총선 도보는 벚꽃 잔치에 몸을 던진다. 수안보 벚꽃 거리, 미륵리에서 하늘재로, 송계에서 내사로 이어지는 충주호 물가 길.수안보에서 아홉살이 골짜기를 다녀오고, 하늘재에서 포암산 베바위를 바라본다. 백두대간 대미산을 바라보고, 여우목 고개를 바라본다. 주막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떠들고, 웃는다. 찻잔을 앞에 두고..
2024.04.11 -
만지산[정선]
마을 어르신께서 말씀하신다. 갈라지는 산줄기가 많다는 뜻, 그래서 만지산(萬枝山 716.2)이다. 강원도 정선군 동강 가에, 백운산 이웃에 있는 산이다. 까탈스럽게 말하자면, 동강이라는 이름을 갖기 직전, 조양강 가에, 라고 해야겠다. 그렇지만, 그냥, 동강이라고 해야겠다.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이 펼쳐지는 곳. '청정'의 대명사 '동강'. 2024년 3월 27일 수요일. 대한민국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강 풍경이 얼마나 있을까. 신동읍 제장리에서 강물을 옆에 끼고 거슬러 올라가는 길. 그 청정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할 말이 있을까.그렇게 올라가다가 귤암교를 건너고, 윗만지 마을로 갈라지는 길가에 자동차를 세우다. 윗만지 마을 뒤에서 숲속으로 들어서다. 가파른 비탈을 헤집어 산등성이에..
202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