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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안동 선비순례길4+]
2023년 11월 첫날. 수요일. 안개도 걷히고 하늘도 벗어진다. 안동시 도산면 단천교 위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산골짝 온 세상이 울긋불긋하고, 강물은 차갑게 맑다. 낙동강 물줄기를 옆에 끼고 걷는다. 예전에 퇴계가 청량산을 오가던 길이라고 한다. '퇴계 예던 길', 선비순례길 4코스이다.어느새 산길로 들어섰고, 정자가 나타난다. 아하, '청량산 조망대'로구나. 과연, 멀지 않은 저만치에 청량산 봉우리들이 바라다보인다. 저건 장인봉으로 건너가는 출렁다리가 아닌가. 한동안 서서, 저 여러 바위봉우리들을 오르내리던 때를 떠올려본다. 그랬었지. 그쪽으로부터 흘러오는 물이 발아래서 재잘거린다. 어서 가던 길을 가라고 한다.호젓한 산길을 오르내리며 땀을 훔친다. 몸과 맘이 개운하다. 학소대 꼭대기에서 구불거리는 ..
2023.11.01 -
깨달음을 얻는다?[오대산 선재길]
깨달음을 얻는다? '오대산 선재길'에서 '선재'란, 화엄경에 등장하는 젊은 구도자의 이름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그는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53명의 선지식을 차례로 찾아 나섰고,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난 후, 진리의 세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2023년 10월 21일 토요일. 길을 나서자마자 예보에 없던 빗방울이 듣는다. 허허, 하면서 나선 길을 그냥 간다. 오대산 선재길을 찾아가는 길이다. 그러면 그렇지. 충주시 지역을 벗어나서 원주시 지역으로 들어설 즈음부터 하늘은 벗어지고, 해님 얼굴이 맑게 빛난다. 단풍철에다 휴일. 교통량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월정사 앞 상가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곧바로 선재길 이정표를 찾아 들어선다. '전나무숲길-월정사-산림철길-사고길-거제수나무길-화전민길-왕의..
2023.10.21 -
볕은 맑고 바람은 선선하다[안동 왕모산]
중국 원나라 말기에 농민들과 백련교도들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난리를 '홍건적의 난'이라고 한다. 가혹한 세금과 부역, 잦은 물난리와 굶주림에 시달리던 백성들이 들고 일어났던 것이다. 머리에 붉은 수건을 두르고 난을 일으켰다고 하며,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도, 이 난리에 참여한 여러 장수 중 하나였다고 한다.홍건적은 이웃 나라 고려에까지 밀려들었고, 공민왕은 안동으로 피난하였다. 그때, 왕의 어머니가 이곳에 성을 쌓고 머물렀었기에 '왕모산'이라고 한다. 왕의 어머니가 난을 피난한 산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길이가 50여m쯤 된다는 산성의 흔적은 360m가 넘는다고 한다. 성안에 왕모당이 있다. 공민왕이, 어머니가 피난한 곳에 세운 것이라고 한다. 2023년 10월 17일 화요일. 볕은 맑고, 바람은..
2023.10.17 -
옥계폭포[영동 월이산]
양폭포가 있고, 음폭포가 있다고 한다. 남자 폭포가 있고, 여자 폭포가 있다는 얘기다. 충청북도 영동군 심천면 달이산(월이산)이산 기슭에 있는 옥계폭포는 음폭포, 여자 폭포라고 한다.옛날에, 옥계폭포 물이 떨어지는 웅덩이에 바윗돌이 하나 우뚝 솟아났다. 마을 사람들은, 그 바위가 폭포의 경관을 해친다며 다른 곳으로 치웠고, 마을 남자들이 이러저러한 사고로 죽는 일이 벌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바위를 옮긴 탓이라고 입을 모았고, 바위를 제자리로 옮겨 놓은 후로 마을은 예전처럼 평온해졌다. 음폭포와 양바위,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2023년 9월 27일 수요일. 비가 개는 날씨다. 영동군 심천면 옥계폭포길 126, 고당사 앞 주차장에서 걸음을 뗀다. 1Km가 채 안되는 거리에 20~30m쯤..
2023.09.27 -
아리랑 발생지[정선 백이산]
2023년 9월 22일 금요일. 어제까지 이틀 동안 가을비가 추적이던 하늘은 맑아졌고, 바람이 선선하다. 정선군 남면 낙동리 개미들미을에서 걸음을 뗀다. 마을 앞 지장천에 제법 많은 물이 흐른다. 함백산 쪽에서 흘러내려, 고한, 사북을 거쳐 왔고, 저 아래 가수리에서 동강에 빨려드는 물줄기다.광락로에서 수와우길로 접어든다. 돌배나무 가로수가 이색적이다. 푸른 잎새에 섞인 동글동글한 열매가 누렇게 익어간다. 지장천으로 가는 물줄기를 옆에 끼고 거슬러 걷는다. 포장도로이지만, 자동차 통행이 거의 없는 조용한 길이다. 이따금 나타나는 비탈밭에는 붉은 수수와 콩이 한가득하고, 어쩌다 들깨가 보인다. 수수밭은 추수가 끝난 것도 있다. 충주보다 가을이 많이 이른 걸 본다.수와우길에서 갈라지는 길은 널찍한 산길이다...
2023.09.22 -
야경
2023년 8월 21일 월요일. 한미일 군사훈련에 맞서는 중국 군사훈련으로 해서 울란바타르 공항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가 세 시간 늦게 출발한다. 창가 자리에 앉은 덕에 초승달이 떠 있는 어느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본다. 중국 어디일 것이라고 짐작해 보지만 정확히 말하지는 못하겠고 그냥 찰칵, 찰칵.** 몽골에선 Ulaanbaatar 울란바타르 한국에선 Ulaanbaator / Ulanbator 울란바토르. 어떻게 다른 것인지 공항 직원 셋에게 물어 봤다. 공통된 답변은 Ulaanbaatar 울란바타르. 몽골에선 요렇게 표기하는 것이 바른 표기이고 한국에선 그렇게 하더라는 것이다. Ulaan은 붉다 Baatar는 영웅, (군대의) 대장 을 뜻한다고 한다.
2023.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