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29. 17:15ㆍ스크랩
히말라야에 가는 사람은 원정대는 말할 것도 없고 트레커들도 필연적으로 티베트어를 접하게 된다. 그래서 몇 가지 말의 뜻을 알고 가면 좋을 것이다. 티베트어로 동쪽은 샤르(shar), 서쪽은 눕(nup), 남쪽은 로(lho), 그리고 북쪽은 창(chang)이다. 세르파라는 말은 샤르-파(Shar-pa)라는 티벳어에서 나온 말인데 파(pa)가 '~지방 사람'이란 뜻이므로 '동쪽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무스탕에서 중국에 대한 저항 게릴라 활동으로 유명했던 캄파는 '캄 지방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티베트에서도 용맹하기로 유명한 캄 지방 사람들이다. 에베레스트 서쪽에 눕체(Nuptse,7855m )가 있고 남쪽에는 로체(Lhotse, 8516m)가 있다. 로체와 거의 붙어 있는 동쪽 봉우리는 로체샤르(Lhotse Shar, 8400)다. 로체샤르는 세계에서 네번째로 높은 산인 로체의 위성봉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봉우리인데 8,000m가 넘으면서도 흔히 8,000m 이상의 고봉을 의미하는 14좌에는 들지 못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독립봉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아 8,505m의 얄룽캉과 함께 16좌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또 에베레스트 북쪽에는 창체(Changtse, 7553m)가 있다. 이 산들을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눕체는 서산, 로체는 남산, 로체샤르는 남동산, 창체는 북산이다.
'탕'은 티베트어로 '평원'이란 뜻이다. 무스탕의 수도 로만탕의 원래 이름은 '만탕'으로 '기원의 평원'이란 뜻이다. 마나슬루 트레킹에서 라르키아 라를 넘어 이르는 곳 이름은 빔탕인데 '모래의 평원'이란 뜻이다. 그곳에는 정말 빙하에서 부서져 나온 마사토 같은 모래가 많다. 따라서 티베트 북부에 있는 고원인 '창탕(Changtang)'이 '북쪽 평원'이라는 뜻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창탕에서 발원하여 히말라야와 평행선을 이루며 동진하다가 나중에 뱅골만으로 빠지는 강 이름인 창포(Changpo)의 창도 북쪽과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티베트계 사람들의 이름은 종종 그가 태어난 요일을 취한다. 티베트어로 일요일은 니마(Nima), 월요일은 다와(Dawa), 화요일은 밍마(Mingma), 수요일은 락빠(Lhakpa), 목요일은 푸르바(Phurba), 금요일은 빠상(Pasang), 토요일은 뻼바(Pemba)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다. 락빠는 영화 <히밀라야>에서 죽어서 돌아오는 틴레의 아들 이름이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바로 야크 등에 실려 오는 남편을 보고 그의 아내 뻬마가 "락빠!"하고 소리치며 우는 장면이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를 두어 번 한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이름을 가진 세르파족의 가이드나 포터를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아주 흔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우리 포터 중에서도 주방장 니마는 일요일생이고, 서산 아가씨가 너무 귀엽게 생겼다고 몹시 좋아하던(?) 락빠는 수요일 생이고, 미스터 네팔이라고 불렀던 잘 생긴 클라이밍 세르파 밍마는 화요일 출생임을 알 수 있다.
'행운(good luck)'을 뜻하는 타시(Tashi)라는 이름도 티베트에서는 아주 흔한 이름이다. '장수(long life)'을 뜻하는 이름은 체링(Tsering)이고 '행운'을 뜻하는 이름은 소남(Sonam)이다. 우리 팀에서도 주방에서 일하던, 우리가 찌링(포터들과 약간의 문제 때문에 우리 차를 타고 왔다)이라고 불렀던 친구는 집안에서 장수를 기원했던 모양이고, 주방 팀원 중에서 나보고 ‘영식!’ 이라고 큰 소리로 부르던 수염이 몇 개 안되고 영어를 곧 잘 하던 친구는 수남이라고 했는데 여기서의 소남(Sonam)을 뜻하는 것이었음이 맞을 것이다. 인간의 수명과 화복이 어찌 인간의 뜻대로 되겠는가마는 이렇게 기복(祈福)적인 이름을 선호하는 것은, 끝없이 반복되는 이곳 자연의 불확실함과 알 수 없는 위험과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작은 소망의 표시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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