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그늘 속에서 물길을[구례-곡성]

2013. 4. 7. 16:11섬진강

억겁을 흐르는 물

피고 지고 피고 지는 꽃

오고가고 오고가는 나그네

 

2013년 4월 3일 10:50 구례구역

보름쯤 전 하동에서 여기까지는 매화꽃 천지였는데

지금은 벚꽃이 흐드러지고 있다.

가물가물하던 개나리도 봄볕 속에 샛노랗고

버드나무 실가지도 파릇파릇 살랑인다.

꽃그늘 속에서 눈으로 섬진강물을 밟는다.

곡성으로 간다.

 

길은 계속하여 물가로 이어진다.

강 양옆에 길이 있고 길가에 벚꽃이 요란하다.

이쪽은 구례 땅이고 저쪽은 순천 땅에 이어 곡성 땅.

강 건너 전라선 철길로 가끔씩 열차가 오고간다.

봄볕은 깨끗하고 하늘은 맑고 꽃과 나무와 풀은 생기 가득하다.

줄기차게 흐르는 강물에 눈을 씻고 마음을 씻고 또 씻는다.

 

계산리 유곡 논곡 호곡 고달 ‥‥‥.

이따금 마을이 나타나고 옛날이야기가 들려온다.

강감찬 장군과 모기 이야기 심청이야기 도깨비 이야기 등등

좋은 날씨에 좋은 길.

 

해가 꽤 남았지만 오늘은 그만.

고달교로 강을 건너 곡성읍내로 들어간다.

가는 날이 장날, 오늘이 바로 곡성 장날이란다.

장날 장터에서 막걸리 한잔은 기본 예의.

곡성 순대가 그렇게 유명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이렇게 맛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저녁나절 흐뭇한 나그네.

가까운 곳에서 관광용 기차가 곡성을 질러댄다.

 

 

 

 

 

 

 

 

 

 

 

 

 

 

 

* 압록 : 강 이쪽은 구례읍 계산리, 저쪽은 곡성군 오곡면 압록리. 전라선 압록역이 있고,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곳이다. 넓은 백사장과 맑은 물을 자랑하는 유원지가 있고, 전설이 있다. 고려 때 강감찬 장군이 어머니를 모시고 여기에서 캠핑을 했었단다. 어머니가 모기 때문에 잠을 못 이루시자 장군이 모기들에게 “썩 물러가거라!” 고함을 쳐 모기의 입을 막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이곳에는 모기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

 

* 심청이야기마을 : 곡성군 오곡면 송정리. 과거 철 생산지였고 쇠쟁이마을이라 불리며, 대장간 터와 석마살이라는 야철지가 있었다. 심청전의 원형 설화인 원흥장 설화에서 진나라 상인들이 원흥장을 귀인으로 모시고 철을 구하러 곡성에 왔었다는 점에 주목하여 심청이 살았던 마을로 추정. 심청전 관련 조형물들이 있고, 매년 10월에 효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 마천목 장군과 도깨비살 : 곡성군 송정리[오지리] 마천목 장군이 어린 시절 이곳에 살고 있었다. 부모님을 위해 섬진강에 어살을 만들어 고기를 잡으려고 했으나 강폭이 넓고 물살이 세어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물속에서 푸른빛을 내는 돌이 있어 집으로 가지고 왔다. 밤중에 도깨비들이 몰려와서 “대감께서 주워온 돌은 우리들의 두목입니다. 제발 돌려주세요.” 하여 마지못해 돌려주었더니, 도깨비들이 다시 몰려와서 돌을 돌려 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어살을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왜 내가 대감이냐?” 하니 장차 부원군 대감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어살을 막던 도깨비들이 배가 고프다며 100명이 먹을 메밀 죽을 쑤어달라고 한다. 장군의 집이 가난하여 99명이 먹을 메밀 죽 밖에 없었다. 메밀 죽을 먹지 못한 도깨비가 어살 한쪽을 헐어버리고 도망을 갔다고 한다.

 

* 호곡 나루터 : 곡성군 고달면 호곡리. 옛날에 호랑이가 살았다고 해서 범실[호곡]이라고 한다. 호곡나루터가 있고 줄배가 있다. 줄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 침곡마을로 간다.

 

* 호곡마을 전설 또 : 조선 초기 호곡리 살골에 마천목 장군이 어머니와 숨어 살고 있었단다. 추운 겨울에 어머니께 생선을 해 드리고 싶으나 고기를 잡을 방법이 막막했다. 어느 날 고기를 잡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어 강가에 나가 유난히 빛나는 곳을 따라 가니 어살이 만들어져 있다. 장군의 효심에 하늘이 감동한 것이었다. 20여 년 전까지 사람들이 그 어살에서 고기를 잡았다고 하고,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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