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숲 하얀 눈 파란 하늘 흰 구름[일본알프스]

2010. 7. 27. 09:03일본

 1. 맞배지붕

 

잘 닦여진 도로와 죽죽 뻗은 나무와 우거진 숲.

나고야에서 ‘중부산악국립공원’으로 올라가는 차창으로 다가오는 풍경.

집들은 거의가 단층이고 목조이고 기와지붕이다.

맞배지붕이 주는 단아한 멋.

일본에 대한, 일본 사람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떠올려 본다.

간편하면서도 분명하고 실용적이고 단단한 멋.

∧ 모양 하나가 일본 사람들의 수 천 년, 아니 수 만 년 삶을 모두 말해주는 것 같다.

2010.07.21(수), 일본 북알프스를 찾아가는 길이다.

 

- 일본 알프스[日本アルプス 니혼아루푸스]

- 일본 중부 지방에 있는 ‘히다ㆍ기소ㆍ아카이시 산맥’을 달리 이르는 말.

- 메이지 시대에 영국인들이 알프스 산맥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

   [영국의 산악인이자 목사인 월터 웨스턴(Walter Weston)]

- 북 알프스 : 나가노 현과 기후 현 및 도야마 현의 경계에 있는 히다산맥

- 중앙 알프스 : 나가노 현 남부에 있는 기소 산맥

- 남 알프스 : 나가노 현과 야마나시 현 및 시즈오카 현의 경계에 있는 아카이시 산맥

- 해발 2000m를 넘는 산들이 남북으로 죽 늘어서 있으며

- 특히 아카이시 산맥에는 3000m를 넘는 산이 집중하고 있어 “일본의 지붕”

-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 오쿠호다카케 3,190m / 다테야마 3015m / 야리가다케 3180m

- 히다산맥에 일본 100대 명산 중 30 개

- 일본 중부산악국립공원

 

 

2. 원숭이 한 마리의 배웅을 받고

 

- 2010년 7월 22일 목요일

가미고지 산장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걸음을 뗀다. 어제, 인천에서 아침을 먹었고, 나고야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다카야마를 거쳐 여기에 와서 저녁을 먹었다. 충주나 나고야나 찜통 같은 더위 속에 있지만, 여기는 해발 천오백이 넘는 곳으로 선선하다. 더 없이 맑은 개울물은 적시기만 해도 손이 시리다. 하늘을 향해 죽죽 벋은 나무들 중에는 몇 아름씩 되는 구상나무들도 많이 있다. 저만치에 높게 솟은 바위봉우리 골골엔 덜 녹은 눈이 하얗게 쌓여 있고, 흰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은 더욱 파랗게 보인다. 길가 숲에서 중강아지만한 원숭이 한 마리가 2박3일 동안의 산행 길을 배웅한다.

 

처음 얼마 동안은 평평하고 밋밋하다가 점심때쯤부터 서서히 가파르고 험한 돌길. 나무의 키가 작아지고, 단단하게 다져진 눈이 나타난다. 눈은 9월말부터 이듬해 6월까지 쌓이고, 9월 초까지 녹는단다. 그러니 일 년 내내 눈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어떤 때는 30미터까지 쌓인단다. 만년설은 아니지만 워낙 높은 산이고 워낙 많이 쌓이다 보니 한여름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뜨거운 햇볕과 푸르게 우거진 숲, 하얀 눈, 눈이 녹아 손이 시리게 흐르는 맑은 물을 동시에 보고 만지고 밟고 적시는 느낌을 어떻게 말로 할 수 있을까? ‥‥‥! 그러나 고단하다, 무척. 오늘 밤 묵을 곳, 해발 3,060미터 높이에 있는 야리가다께 산장에 막 다다랐을 때 남은 힘은 겨우 숨이나 쉬고 물을 마실 수 있을 정도. 앉아서 기운을 차리고 나서 밥을 먹으니 좀 살 것 같다. 그렇다면 한잔 하는 건 필수. 캬~! 그리고는 쿨~쿨.

 

7월 23일 금요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났다. 야리가다께(3,180m)에 올라 일출을 보고 와서 밥을 먹을 작정이었지만 안개가 잔뜩 끼었다. 좀 더 누웠다가 밥을 먹고 안개를 헤치며 가파른 바위를 기어오른다, 정말로 네발로. 높은 산의 날씨는 원래가 순식간에 변하는 법. 수직에 가까운 바위와 씨름을 하는 동안에도 구름이 바쁘게 오고가더니 잠깐 잠깐씩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파란 바탕에 하얗게, 뭉게뭉게 그려내는 저 그림은 언어로는 번역이 불가능한 세계. 연달아 “아~! 아~!” 할 뿐이다.

 

놀라 넋을 놓고 있을 때 벌어진 ‘사건. 원형무지개가 떴다. 산을 품었다 내놓았다 하던 구름안개에 둥그런 무지개가 서린 것이다. 그것도 흐르는 안개와 속도를 맞추려는 것인지 ‘떴다 졌다’를 반복한다. 어떨 땐 두 겹, 세 겹으로 영롱한 반지를 그려낸다. 꽤 오래 전,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어떤 사람이, “높은 산에서나 볼 수 있고, 전문 산악인들도 평생 한번 보기 힘든 것”이라며 자랑삼아 내 보이던 사진 속에 있던 그것. 좀 허풍을 떠는 것처럼 들렸지만 정말 귀한 거라는 생각을 했었고, 지금껏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조금 전에, “안개 속에 뭘 보러 올라가나?” 하는 말을 들으면서 ‘뭔가 있을 거야’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 ‘그래! 이것이구나.’ 사진을 찍으면 둥근 무지개 안에 찍은 사람의 그림자가 찍히는, 한 번 더 신기한 무지개.

 

* 브로켄 현상(Brocken spectre) :

사물의 뒤에서 비치는 태양광이 구름이나 안개에 퍼져, 보는 사람의 그림자 주변에 무지개 같은 빛의 띠가 나타는 일종의 대기광학 현상. 독일의 브로켄 산을 오르던 어느 등산가가 이 현상을 보고 놀라 미끄러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1865년에는 에드워드 윔퍼라는 사람이 마터호른 정상에서 브로켄을 보았는데, 내려오는 길에 네 명의 대원이 추락사했다고 한다. 그래서 “브로켄의 요괴(妖怪, Brocken's monster)” 또는 "브로켄의 환영(幻影)"이라 하여 불길한 징조로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브로켄 현상을 행운의 징조라고 한다. 안개에 쌓인 산꼭대기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둘러싼 둥근 무지개가 신비롭고 환상적이고, 희귀한 자연현상이이기 때문이다.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평생 한 번도 볼 수 없는 것이다. “산에서 브로켄을 보게 되면 결코 산에서 죽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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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장으로 내려와서 오쿠호다카다케를 향해 걸음을 뗀다. 어제는 22Km를 열 시간 동안 걸었는데, 오늘은 호다카다께 산장까지 9Km에 아홉 시간 예상. 3,000미터가 넘는 봉우리 다섯을 넘는다. 칼날 같은 바윗길과 직각에 가까운 절벽이 번갈아 나타나며 땀을 빼게 한다. 네 발로 바위와 씨름을 한다.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조용조용 웃는다. 서서 자라는 나무는 없고, 덩굴처럼 퍼지는 눈잣나무가 가끔씩 땅을 덮고 있다. 일망무제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 숨을 고르며 둘러볼 때마다 아득하게 멀어져 가는 눈길을 가로 막는 건 오로지 솜뭉치처럼 부풀리며 떠다니는 흰 구름뿐이다. 오늘 아침에 올랐던 야리가다께 봉우리도 이따금 구름을 벗곤 한다. 이름 그대로, 창처럼 뾰족하다.

 

호다카다케 산장. 깊은 구름바다 위에 뜨는 저녁노을이 아름답고, 내일 아침에 오를 오쿠호다카다케 옆에는 둥근 달이 하얗다. 구름 위를 걷고, 구름 위에서 먹고, 구름 위에서 잠을 자는 신선놀음.

 

7월 24일 토요일.

엊저녁에 달이 떠 있던 쪽에서 해가 떠오른다. 하얀 구름바다를 붉게 물들이면서 삐죽이 솟아오르는 해님 얼굴에서 이내 빛살이 힘차게 뻗친다. 이번 산행에서 가장 높고 일본에서 둘째로 높은 봉우리, 오쿠호다카다케(3,190)에 올랐다.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저 멀리에서 후지산(3,776)이 구름을 벗고 이마를 내보이고 있다. 바윗길은 계속되지만 마음은 점점 가벼워진다. 이번 산행 마지막 봉우리, 마에호다카다케(3,090). 사방 멀리 펼쳐지는 산줄기와 그 위에 떠 있는 흰 구름들이 좀처럼 마음을 놓아주지 않는다. 내려가야만 하는가? 가파른 내리막길. 잔디처럼 넓게 자란 눈잣나무. 더 내려오니 서서 자라는 나무가 나타나고 나무 그늘이 햇빛을 가려준다. 다케사와흇테에서 맥주 한잔으로 땀을 씻고, 더 울창한 숲속을 지나 이틀 전 아침에 떠났던 그 자리, 가미고지.

 

 

3. 알프스

 

독일어로 알펜(Alpen), 프랑스어로는 알프(Alps), 이탈리아어로는 알피(Alpi). ‘희고 높은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 스위스·프랑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에 걸쳐 있는 알프스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그에 못지않은 풍광을 가졌다는 일본알프스. 3일 동안 ‘알프스’에서 숨을 쉬고, 먹고, 자고, 보면서 걸었다. 우거진 푸른 숲과 죽죽 뻗은 나무와 하얀 눈과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와 더없이 파란 하늘과 희디흰 구름과 ‥‥‥.

 

 

4.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감사합니다!”

비가 많은 계절, 비가 많은 나라, 비가 많은 지역에서 비 한 방울 없이, 오히려 최고의 맑은 날씨를 선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 푸른 숲과 하얀 눈,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맑고 깨끗한 공기, 대자연에 감사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여행을 할 수 있게 해 준 가족에게 감사한다. 교통, 숙박, 공원 관리 등 여행에 편의를 제공해 주신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웃으며 격려하며 고생과 즐거움을 나누며 함께 하신 모든 분께 감사한다.

 

ありがとう ございます

 

 

 

 

 

 

 

  

 

 

<전체 일정>-------------------------------------------------

 

7월 21일

- 09:15 인천공항 - 나고야공항(11:00) - (버스) - 다카야마[전통거리 산책/사케 시음] - 가미고지[숙박]

 

7월 22일

- 가미고지(07:10) - 묘진지[明神池] - 도쿠사와[德척] - 요꼬[橫尾] - 가와사와[고척] - 야리가다케 산장[3060m / 숙박]

 

7월 23일

야리가다께[3180m] - 오오바미다께[3101] - 나카다께[3084] - 미나미다께[3084] - 기타호다까다께[3106] - 가라사와다께[3110] - 호타가다께 산장[2983 / 숙박]

 

7월 24일

오쿠호다까다께[3190] - 마에호다카다께[3090] - 다께사와흇테[- 小屋 / 2180] - 가미고지 -(버스) - 히라유 온천 [나카무라칸 호텔 숙박]

 

7월 25일

- 히라유 - (버스) - 기후 - 나고야[사카에 거리 및 나고야성 관광/ 점심] - 나고야공항[17:45출발] - 인천공항[19;40]- (승용차) - 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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