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 2. 21:29ㆍ경상
2012년 8월 1일. 불가마처럼 이글거리는 날씨. 햇볕은 공중에 떠오르자마자 뜨거운 기운을 뿜어댄다. 용기를 내어 거리에 나서는 순간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온몸에선 땀이 줄줄 흐른다.
불볕더위를 이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땀을 왕창 흘려보는 것이다. 불볕 속에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지만, 몸을 움직여서 흘리는 땀, 온몸을 쥐어짜듯이 좍 좍 흘리는 땀이어야 한다. 몸을 움직이는 방법은 여럿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산길을 걷는 것이다.
오르막에서 헉헉거리기도 하고, 내리막에선 타박타박, 평탄한 길에서는 느긋느긋 늑장을 부리면서 걷는 것. 그러다 보면 땀이 흐른다. 사방에 끝도 없이 펼쳐지는 짙푸른 산 빛을 바라보면서 걷다보면 땀이 흐른다. 매미소리, 새소리를 들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가다 보면 땀이 흐른다. 몸에 와 닿는 산들바람을 즐기면서,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햇볕을 가려주는 그늘 속에서 시원한 맛을 만끽하다 보면 땀이 흐른다. 줄 줄 줄 비지땀이 흐른다.
탁 트인 곳이 나타나면 좀 앉거나 서서 사방 먼 곳을 바라본다. 끝없는 멋 곳까지 산이 이어지고, 사이사이 마을이 있고, 논밭이 있다. 푸른 하늘이 있고,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이 있다. 그러다 보면 땀이 식고, 땀이 식으면 또 걷고, 걷다 보면 다시 땀이 흐른다. 그렇게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면 온몸은 땀범벅, 냄새가 진동을 한다. 그럴 때 시원한 맥주 한잔이면 그것이 곧 금상첨화다.
오늘, 2012년 8월 1일, 김천 황악산[1111]에서 그렇게 했다. 육산이라고들 하는 황악산. 정말 바위가 거의 없다.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부드럽고 폭신한 이 느낌이 꼭 그래서만은 아닌 듯하다. 발바닥보다는 가슴으로 다가오는 이 아늑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 직지사 옆길-운수봉[680]-황악산 정상[1111]-형제봉-신선봉-망월봉-직지사
* 직지사(直旨寺): 경북 김천시 대항면 운수리. 신라 때[418년] 아도화상이 창건. 직지사라는 절 이름에 대한 유래가 세 가지 있음. ①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이라는 선종(禪宗)의 가르침. ② 아도 화상이 일선군[善山] 냉산(冷山)에 도리사를 짓고, 멀리 황악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저 산 아래도 절을 지을 길상지지(吉祥之地)가 있다.” ③ 고려시대 능여대사가 절을 중창할 때, ‘자[尺]를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땅을 재었다고 함. 국내 25본산(本山) 중 제8교구(第八敎區) 본사(本寺). 소속 말사(末寺) 54개. 관할 구역은 김천, 구미시, 상주시, 문경시, 예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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