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4. 26. 08:40ㆍ충청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작은 별들처럼 반짝이는 건 노란 양지꽃이다. 자줏빛 제비꽃들이 조용조용 끼어든다. 고깔제비꽃도 있고, 흰젖제비꽃도 있다.



길가에, 키 큰 나무 아래에, 바위 옆에, 엎질러진 물처럼 번지면서 노란 바다를 이루는 것은 산괴불주머니이고, 나도 있다는 듯, 여기저기에서 샛노랗게 방끗방끗하는 것들은 애기똥풀이다.





이렇게 작은 용담이 있나, 허리를 굽히고 들여다본 것은 구슬봉이이다. 아기 손톱보다 작은 듯하지만 용담과 똑같이 생겼고, 같은 보라색이다. 손가락 크기 정도로 키가 작은 난쟁이붓꽃도 있고,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하얀 구슬처럼 동글동글한 미나리냉이도 있다. 작은 얼굴로 노랗게 반짝이는 놈들은 산민들레이다. 냉이꽃은 하얗고, 꽃다지는 노랗다. 모두가 땅에 바짝 붙은 난쟁이들이다. 기중 한둘은 남들에 비해 큰 키라고 해야 할까. 나뭇잎 우거지기 전에 햇빛을 받아 꽃을 피워 종족을 보존하겠다는 것이란다. 엄청난 광경이다. 대자연의 몸짓이다. 경이롭지 않은가.

이른 건지 제철인지, 둥글레도 하얀 꽃을 달았고, 윤판나물 꽃도 한창이다. 물푸레나무 꽃은 하얗게 부푸는 듯 환하다. 참꽃마리, 장구채, 무슨 꽃, 무슨 꽃... 봄날이다.



2026년 4월 25일 토요일. 충주 남산에서 한낮을 보내다. 마즈막재에서 임도로 들어섰다. 구불구불 돌아서 산마루에 올라서고, 산성을 한 바퀴 돌다. 신라 사람들이 쌓았다는 충주산성이다. 금봉산성, 마고산성이라고도 한다. 충주호 건너 멀어져가는 산 바다와 월악산 영봉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다. 깔딱고개 쪽으로 가다가 되돌아와 산성 아래 임도로 내려서다. 재오개에서 발길을 돌려 처음 그 자리로 오다.
봄날이 간다. 산수유, 생강나무 노란 눈망울이 깜빡이더니 한바탕 벚꽃 잔치가 요란했고, 목련, 개나리, 진달래 꽃잎이 시들었다. 라일락이 피고, 산천에 연둣빛이 번지는가 싶더니 초록이 짙어간다. 눈이 부신 햇살은 날로 익어간다. 봄이 흐른다.
아!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할 일을 하는 몸짓들은 쉬는 일이 없다. 낮이 가면 밤이 오고, 밤이 가면 낮이 오듯이 봄날이 오고, 봄날이 간다.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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