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익어가는 날에

2008. 3. 10. 14:14충청

 3월 8일 토요일. 맑고 따뜻함.

진우가 사위를 보는 날이라서 초등학교 친구들이 많이 왔다.

예식장에서 점심을 먹고, 다 함께 충주댐 산책을 나간다.

하루 이틀 사이 훨씬 따뜻해진 날씨에 봄은 말없이 익어간다.

버드나무 가지엔 푸른 기운이 연기처럼 서려 있고,

멀리서 오랜만에 나타난 녀석들은 좋아 어쩔 줄을 모른다.


다시 진우네 집에 모여 잔칫상을 벌인다.

말 한 마디마다 웃음소리가 터지고, 눈길마다 정다움이 넘친다.

얼굴마다 즐거움이 가득하다.


3월 9일 일요일. 날씨 좋음.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한 나절을 집에서 빈둥거린다.

점심을 먹고, 한 주일 동안 연수를 떠나는 난이를 터미널까지 바래다준다.


봄은 휴일을 기하여 기온을 팍팍 올리는가?

휴일을 맞으면 따뜻해졌다, 더워졌다 하는 말들을 더하는 것 같다.

날씨가 정말 좋다.

바야흐로 봄나들이로 야단법석일 철이 시작되고 있다.

가벼운 차림으로 주정산을 오른다.


주정산은 괴산군과 충주시 경계에 있으며 네 개의 봉우리가 한 줄기로 이어진다.

하주정산에 있는 봉수대는 충청북도 기념물 113호로 지정되어 복원되었다.

나지막하지만 조망이 좋고, 산 밑에 수안보 온천이 있다.

한 시간 남짓이면 한 바퀴 돌아올 수 있어 산책삼아 걷기에 좋다.


주정산에 아늑하게 안겨 있는 오산 마을은 협천이씨 집성촌이다.

사당과 재실이 있고 마을 양쪽에 정자가 하나씩 있다.

그 중 남쪽에 있는 정자는 아름드리 소나무 몇 그루와 어울려 한 멋을 내고 있다.

앉아 잔을 들면 시원한 바람이 한 몫 거들리라.

說樂亭 이라고 적혀 있는 정자 이름을 어떤 이는 설락정, 어떤 이는 열락정으로 읽는다.


놀토, 잔칫집, 어릴 적 친구들, 충주댐과 주정산, 산책, 상쾌한 산바람.

그리움처럼 아득하던 봄이 막 익어간다.

멀지 않아 꽃 잔치가 요란할 것이다.

시샘이야 어김이 없겠지만 어쩌겠는가?

섭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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