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16. 22:51ㆍ충청
이호태
3월 16일 일요일 맑음.
때 이르게 덥다던 3월 날씨가 오늘 아침엔 추운 척하는 건지 바람이 좀 차다.
09:35 만수계곡으로 들어간다.
걷다 보니 덥고, 더운가 싶더니 바람이 차고, 다시 땀이 나고.
봄볕이고 봄바람이다.
봄눈 녹는다더니, 보름 전 그 눈과 얼음은 어디로 갔는가.
응달에 남아 있는 눈 더미는 기가 죽어 영 꾀죄죄하다.
햇볕의 힘, 아니 자연의 섭리에 새삼스레 놀란다.
만수골로 해서 만수봉에 올라 덕주봉 줄기를 타고 내려왔다.
버섯능선, 용암봉, 닷돈재, 덕주골이 지척이다.
용암봉은 만수계곡에서 만수봉으로 오르는 사이 옆으로 비켜 있다.
만수봉에서 용암봉을 거쳐 닷돈재로 이어지는 줄기 양 쪽에 만수골과 고무서리골이 있다.
고무서리골 옆에는 만수봉에서 덕주봉을 지나는 산줄기가 있고, 그 너머가 덕주골이다.
덕주봉은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딸, 덕주공주의 사연을 말해준다.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향하던 오누이가 하늘재를 넘었다.
고려 호족들은 신라 재건 운동을 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마의태자는 미륵사에, 덕주공주는 덕주사에 볼모로 잡아 두었다.
또 다른 이야기들도 오랜 세월을 타고 조각조각 전해진다.
덕주골 마애불의 눈길이 미륵리 미륵불상의 눈길과 허공에서 만나는 걸 확인한다.
월악산 영봉에서 만수봉으로 이어지는 바위 능선이 멋있게 보인다.
몇 해 전, 이 능선에서 송이버섯 몇을 구경을 하고선 버섯능선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덕주봉 줄기를 내려오면서 버섯능선에서 병풍처럼 펼쳐져 내리는 산의 품을 제대로 감상한다.
구불구불, 아기자기하게 용틀임하는 산줄기, 그 사이사이 물을 모으는 골짜기, 기기묘묘한 바위와 나무들.
저 밑 골짜기에선 얼음 녹아 흐르는 물이 나뭇가지 사이에서 반짝인다.
참으로 멋있고 아름답다.
설악산 내설악이 좋다면, 여기는 바로 내월악이 아닌가?
만수봉에서 덕주봉을 거쳐 덕주골 입구로 내려오는 바위능선을 즐긴다.
좀 위험하기도 하지만, 밧줄을 잡고 오르고 내리는 재미가 있다.
훤한 바위 위에서 맞는 햇빛과 맑은 공기가 좋다.
멀고 가까운 경치가 좋다.
월악산 영봉으로 오르는 여러 길 어디에서나 웅장한 산세를 볼 수 있지만, 바위와 골짜기와 병풍처럼 펼펴지는 산의 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여기 덕주봉 산줄기다.
오늘 만수봉에서 덕주봉을 지나 내려오면서 월악산을 내시경 검사하듯이 본다.
참으로 아름답도다.
0:852 국민은행 앞 - 시내버스 - 09:35 만수휴게소 - 만수계곡 - 오르막 - 만수봉 - 덕주봉 - 14:00 덕주골 - 동동주 한잔 - 14:50 시내버스 - 충주
(2008.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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