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과 노랑제비꽃[금대계곡]

2008. 4. 13. 19:31강원

 4월 13일 일요일, 아침미사를 마치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서다.

날씨는 예보대로 끄무레하다.

금 항아리 또는 금[金]이 묻혀 있는 집터[垈]가 있다는 마을.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금대리(金垈里).

치악산과 백운산, 이름 있는 두 산이 겹치는 계곡에 있어 경치가 아름답다.

치악산 영원사 쪽으로 올라가는 금대계곡으로 접어들다.

아주 느리게 안개비가 흐른다.


첩첩산중에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

계곡에 흐르는 물이 참으로 맑다.

바위와 돌멩이도 깨끗하다.


땅에서, 나뭇가지에서 움트는 새싹들이 푸른 기운을 더해간다.

온 누리에 꽃 잔치는 계속되고 있다.

살구꽃, 복숭아꽃, 산벚꽃, 자두꽃. 목련, 진달래, 괘불, 이름모를 ‥‥‥.


아, 노랑제비꽃.

귀한 꽃을 구경한다.

여러 번 셔터를 누른다.


영원사에 왔다.

고개 하나 넘으면 상원사가 있다.

구룡사 ― 비로봉 ― 향로봉 ― 남대봉.

치악산 종주 능선을 그려본다.

영원사 대웅전 뒤에 키가 큰 진달래 한 무더기가 활짝 피어 있다.

절집 처마 귀퉁이에서 물고기 모양을 한 풍경이 댕강거린다.


천천히, 느긋느긋 내려오다.

봄이 온다고, 꽃이 핀다고 얼마나 떠들었던가?

새싹이 돋는다고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가?

눈이 하얗던 때부터 봄바람이 분다고 설레었던가?


날씨가 더워서 꽃이 일찍 핀다고도 했던가?

오늘처럼 비가 오락가락 하면 춥다고 옷깃을 여몄던가?

봄 날씨는 사람 마음처럼 변덕이 심한 것.

더웠다가도 쌀쌀하고, 찌푸렸다가도 맑아지기를 수시로 한다.


초목은 사람처럼 요란 떨지 않는다.

봄 날씨가 아무리 변덕을 부려도 말없이 제 갈 길을 간다.

때 아닌 서릿발에 여린 잎을 다치기도 하지만,

제 하는 대로 돋아나고, 자라난다.

파랗게 잎을 피우고, 하얗게, 노랗게, 빨갛게, ‥‥‥ 꽃을 피운다.


햇볕 아래서도, 비바람 속에서도 필 때 피고 질 때 진다.

물은 흐르고 구름도 흐른다.


* 금대마을 ― 영원사 / 아주 천천히 왕복 두 시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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