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9. 10:44ㆍ강원
삼한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이곳에 산성을 쌓고 신라와 크게 싸웠다는 전설이 있다.
6월 8일 일요일, 횡성군 청일면 송덕사 입구.
작은 성골로 해서 정상 바로 밑에까지 갔다가 큰 성골로 내려왔다.
정상엔 군사시설이 있어 접근금지이고, 긴 능선엔 풍력발전소를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작은 성골로 오르는 길 중간쯤에 산성 흔적이 있고, 횡성군에서 세워 놓은 태기산성비가 있다.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군사를 길러 신라군과 크게 싸웠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신라가 영역을 넓히고 고대국가의 면모를 갖추어 나가던 때의 이야기로 곳곳에 전해지고 있는 그런 이야기.
지금 전국이 ‘촛불’에 휩싸여 있다.
미국 쇠고기 수입, 굴욕적이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협상을 벌여 놓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정부.
거짓이 드러나면 또 다른 거짓으로 미봉하는 정부가 생각하는 국민은 무엇인가.
부족 통합 시대에, 성을 쌓고 항전하던 부족장들의 이야기가 전설로 흩날리는 지금은 세계화 시대.
가장 힘센 나라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세계화 시대에 우리가 살아가야 할 길인가?
작은 나라 정부는 그들 장단에 따라 내 나라 민초들이야 업신여기는 게 마땅한 일인가?
작은 나라 백성들은 눈 감고, 귀 막고, 말 말고, ‘영혼 없이’ 살아가는 게 도리인가?
먼 훗날, 오늘날의 이명박 정부는 어떤 전설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까?
풍력발전소를 짓느라고 닦아놓은 정상 능선 도로를 북쪽 끝까지 갔다 온다.
높고, 깊고, 넓게 펼쳐지는 산세에 마음을 홀딱 빼앗기다 보니 한 시간 정도.
하산 길을 알리는 표지가 없어 한참을 기웃거린다.
그럴 듯한 곳을 헤집고 대들어 보니 오솔길이 나타난다.
임도가 있다는 얘길 들은 게 있어 살펴보니 과연 짐작이 된다.
조릿대와 잡목이 우거져 뒤덮고 있어 잘 보이지 않는 임도.
그 숲 속에서 “등산로(하산로)”라고 씌어 있는 표지판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난다.
허허허.
돌아오는 길에 한기네 농장에 들렀다.
두 내외가 둔내면 화동리에서 고랭지 화훼를 여러 종류, 많이 기르고 있는 친구.
우리 야생화로 알고 있는 노루오줌이 자라는 밭을 보았다.
미국에서 상품성 있게 개발한 것이란다.
가벼운 탄식이 터진다.
장미나무 하우스에는 두렁마다 줄을 쳐 놓고, 부실한 가지들을 줄 밑으로 내려 보내고 있다.
밑으로 쳐진 가지들이 탄소동화작용으로 만들어 내는 영양분은 위로 솟은 가지들을 튼실하게 해준단다.
그렇게 하여 좋은 꽃을 만들어 내는 기술은 일본에서 들여온 거란다.
친구 내외 살아가는 얘기가 즐겁고 재미있다.
농장은 산림에 붙어 있어 자연스레 산림에 묻혀 사는 꼴이다.
산림에 묻혀 있다지만 영농 기술과 정보는 세계 첨단을 공유하고 있다.
틈틈이 숲속을 다니면서 산나물과 열매를 얻고, 꽃을 보고, 수려한 자연을 바라보면서 함께 숨을 쉬며 산다.
잠깐 동안 어울리면서 아주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돌아오는 차창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영혼을 건드린다.
(200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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