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20. 20:54ㆍ마라톤
4월 20일 일요일.
제9회칠갑산전국산악마라톤대회에 참가하다.
충청남도 청양군 칠갑산 장곡사 앞 장승공원에서 출발하여 칠갑산 능선을 한 바퀴 돌아 뛴다.
장승공원 ― 공원 진입로 ― 오르막 능선 ― 삼형제봉 ― 칠갑산 정상(560 m) ― 능선과 봉우리들 ― 장승공원
“하늘빛이 좋고 땅 빛이 좋고 물빛이 좋은 청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개회식에서 청양군수가 말한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 유행가로도 유명한 칠갑산은 지금 연두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절정을 지난 벚꽃이 분분히 날리고 또 다른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하늘 빛, 땅 빛만이 아니라 산 빛도 좋고, 공기도 그지없이 맑은 게 좋다. 청정무구한 칠갑산에서 흘러내리는 물빛이 깨끗하고 좋은 것도 굳이 말해야 하나? 군수의 인사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칠갑산에 있는 긴 계곡[장곡(長谷)]을 흘러내린 물은 청양읍을 가로지르는 ‘지천’이 된다. 칠갑산과 지천뿐이랴. 모든 산과 언덕이 이쁜 모습만큼 깨끗하고, 깨끗한 산 골골에서 흘러내려 좋은 땅을 적시는 깨끗한 물빛 또한 좋다. 좋은 환경의 소중함을 알고, 좋은 것을 지켜나가려고 애쓰는 이곳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좋은 하늘 좋은 땅, 좋은 산속에서 오르락내리락 뛰다 보니 몸과 마음이 한없이 좋아진다.
힘껏 달리고 난 다음엔 역시 입이 즐거워야 한다. 생맥주 시음장을 맴돌면서 한 잔, 또 한 잔 ‥‥‥. 그 또한 좋다. 다음엔 산채비빔밥이로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가벼운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웃는 얼굴들이 좋다. 그러면서 맛있게 비비고, 맛있게 먹는다. 그러고 나서 다시 시음장으로. 하하하. 즐겁고 즐겁도다. 이제 장곡사로 가보자. 장곡사는 장승공원 바로 위쪽에 있다.
“칠갑문화의 요람 생명의 근원지”
장곡사 절집 입구에 걸린 현수막에 씌어 있다.
칠갑산이라는 산 이름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주관하는 칠원성군[북두칠성]에서 ‘칠(七)’, 육십갑자의 첫 번째인 갑(甲) 자에서 ‘갑(甲)을 따다가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면 칠갑산은 우주만물의 정기가 서려 있는 산이고, 모든 생명을 주관하는 산이 된다. 장곡사는 약사여래도량인데, 약사여래는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는 부처이다. 역시 생명을 다스리는 일과 관련이 있는 터이니, 위 현수막 글귀를 알 듯도 하다.
장곡사(長谷寺)에는 대웅전이 둘이 있다. 칠갑산 동남쪽에 있던 도림사가 임진왜란 때 불에 탔는데, 그 대웅전을 옮겨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런데 위의 얘기를 들어보면, 장곡사 기도의 영험이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대웅전을 하나 더 지었다고 하는 얘기도 그럴 듯하게 들린다.
장곡사는 신라 문성왕 때[서기 850년] 보조국사가 창건하였고 후에 여러 차례 중건하였다. 상대웅전에 있는 철조약사여래좌상부석조대좌(鐵造藥師如來坐像附石造臺座)가 국보 58호이고 보물이 여러 점 있다.
장곡사라는 이름은 긴[長] 계곡[谷]에 있는 절[寺]이라는 뜻이다. 예부터 이 곳 사람들이 장곡사가 있는 골짜기를 아흔아홉골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그리 길어 보이진 않는다. 다른 고장에 비해 큰 산이 없고 평야와 언덕이 발달한 지역이라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칠갑산에는 갑(甲)자형의 일곱 자리 명당이 있어 일곱 장수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일곱 장사가 아니라 수많은 장사들이 해마다 이 산에 와서 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칠갑산 구기자주가 보이길래 하나 사다가 식구들과 함께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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