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7. 21:01ㆍ충청
산은 초가을 선선한 공기를 잔뜩 머금었다. 나뭇잎은 우거져 따가운 햇볕을 가려주고, 골짜기를 흐르는 작은 시냇물은 이슬처럼 맑다. 가끔씩 풀숲이 허벅지까지 휩싸기도 하지만 산길은 아주 잘 나 있다. 제천시 봉양읍 명암리 문바위를 지나 한터골로 해서 능선으로 올랐다. 석기암[-봉] 쪽을 뒤로 하고 감악봉[-산]으로 간다.
어떤 산 전체를 말할 때는 ○○산, 어떤 산 여기저기에 솟아 있는 봉우리들은 △△봉이라고 한다. 저 건너 치악산엔 최고봉인 비로봉을 비롯하여 천지봉, 향로봉, 남대봉이 기다란 능선을 이루고 있다. 또 다시 저쪽으로는 십자봉, 오두봉, 벼락바위봉 등을 거느린 백운산이 구불거리고 있다. 가까운 치악산에 포함시켜 감악봉, 독립된 산으로 봐서 감악산? 그래서 석기봉이라 하고, 석기암이라고 한 것인가?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많은 ‘봉’을 거느린 커다란 산이 있는가 하면, 계명산이나 금봉산과 같이 이름 없는 봉우리들이 있는 듯 없는 듯한 작은 산도 있다. 물론, ○○산, △△봉이라는 이름만 가지고 독립적인 지위를 누리는 산도 있다. 지구상엔 여러 자치주가 연합한 큰 나라들도 있고, 큰 나라에 속한 하나의 자치주보다 훨씬 작은 나라들도 있다.
요즘, 압하지야와 오세티야의 독립 문제로 러시아와 그루지야가 대립을 하고, 얼마 전엔 독립을 요구하는 티벳을 중국이 무력으로 점령하였다. 미국은 초강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온갖 궁리를 다하고 어떤 식으로든, 어디에든 끼어들고 있다. 욕심이다. 산이라고 부르든 봉이라고 부르든 아무 말 없는 자연에 비해 인간 세상은 얼마나 복잡하고 시비가 많은가? 산으로 봐야 한다, 봉으로 봐야 한다, 시비를 벌이는 것도 인간끼리이다. 그 모든 것 또한 인간이 떠안아야 할 짐이겠지. 남한과 북한은 하나의 산인가, 각각 다른 산인가?
산꼭대기 커다란 바위 위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오다 감자 세 개 고구마 하나로 요기를 하였다. 백련사에서 약수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고, 포장된 도로를 한 시간 반 정도 걸어서 제자리에 왔다. (2008.09.07)
* 명암리 - 한터골 - 능선 - 감악봉[-산] - 백련사 - 요부골 - 비끼재 - 목우너미 - 명암리 / 네 시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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