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인가[차도리 벼락바위봉]

2008. 9. 13. 12:47충청

지도상으로도, 높이로도, 어림짐작으로도 뻔한 길, 실제로도 그런 길. 차도리 마을을 감싸듯, 둘러싸듯 굽이치는 산줄기. 백운산에서 동으로 뻗은 줄기가 보름가리봉과 수리봉을 지난 다음 솟아 오른 벼락바위봉. 거문골에서부터 걷는다. 모처럼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 일상에서 벗어나 같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 바람도, 햇볕도, 나무도 열매도 온통 가을 기운으로 풍요로움을 풍긴다.


이리저리 짝이 되고 무리가 되어 떠들고 웃으며 걷다가 애초에 생각했던 산길을 놓쳤다. 임도를 따라 계속 가다보면 다시 만날 길이기에 괜찮다. 첫 번째 바위에서 조망을 즐기고, 바위 구멍 사이로 사진을 찍으면서 웃는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서 몇 발짝 걸어 벼락바위봉. 야~! 크고 작은 몇 개의 바위, 멀리까지 보이는 풍경이 멋있다. 한참을 앉아 바라보고, 이야기 하고, 먹고, 찍고 하다가 내려온다.


이제는 하산? 아뿔싸! ‘간단하고 뻔한 길’에서 일이 벌어진다. 김 선생님과 함께 차도리 쪽 경치를 바라보고, 사진 한 판 찍는 사이. 앞서 간 여섯 명의 자취가 아리송하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희미하게 갈라지는 갈림길. ‘잘 알아서 내려갔겠지.’ ‥‥‥.


아무래도 이상하다. 몇 번 만에 전화가 통하는데, 치악산휴양림 관리사무소란다. 택시를 타고 차도리로 오겠단다. 허허, 참. 좋은 경치를 독차지하여 내려온다. 산과 숲, 차도리 마을과 논밭과 작물을 손보는 사람들, 그리고 길, ‥‥‥. 송어장에서 주문을 해 놓고, 우선 맥주를 한잔 한다. 김 선생님이 내려오신다. 여섯을 찾으러 길을 되짚어 갔다가, 전화를 받고 다시 길을 돌렸단다.


맥주를 나눠 마시고 잔을 치우는데, ‥‥‥? 산 저쪽으로 갔던 여섯이 이종훈 선생님 차를 타고 나타난다. 열이틀 전에 청주로 전근 가신 선생님. 가까운 곳에 볼일이 있었단다. 마침, 김응진 선생님과 통화를 하다가 구세주가 되신 것. 송어장에서 서로 만나 껄껄댄다. 벼락바위에서 벼락을 맞고 흩어졌다 만나서 벼락처럼 웃어댄다. 그럼 벼락 맞은 송어를 만나볼까?


간단하고 뻔한 길?

하 하 하.

벼락 맞은 듯 흩어졌다가, 이산가족 만나듯, 온전하게 만나다니‥‥‥.

참으로 묘한 일.

누구의 손바닥인가, 섭리인가?

(2008.09.12)

'충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으로 좋은 길[박달재-주론산-구학산]  (0) 2008.09.16
벼락바위봉  (0) 2008.09.13
감악산인가 감악봉인가  (0) 2008.09.07
8월3일몽산포  (0) 2008.08.03
월악산 세자매봉  (0) 2008.07.30